올 초 3%대 금리로 큰 인기를 모았던 위안화 예금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감에 위안화 약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서둘러 돈을 빼내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 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말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이 본격화한 이후 1분기 1억2240만 달러까지 몸집을 불렸지만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감이 급속히 퍼지면서 넉 달 만에 1800만 달러(15%)나 급감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총 잔액 대비 기업은행의 자금 이탈 규모가 가장 컸다. 6월 말 1800만 달러까지 규모를 늘려 가던 기업은행 위안화 예금에서 한 달 만에 99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감소폭이 55%에 달한다.
외환은행도 이달 들어 26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정점을 찍었던 1분기(1580만 달러)와 비교하면 넉 달 새 43%나 급감했다. 이 밖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월 초 후 각각 350만 달러, 2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기업들의 무역결제 계좌가 몰리면서 총 잔액이 6월 말 1520만 달러에서 이달 29일 기준 1980만 달러로 460만 달러가 늘었다. 그러나 개인 고객들만 따로 보면 같은 기간 82만 달러에서 80만 달러로 감소했다.
위안화 예금은 올 초 3%대 고금리에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매력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정부의 위안화 역외 금융 허브 방안 마련에 개인들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자본항목이 빠른 속도로 개방되고 대외 직접투자가 날로 늘면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 고객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중국 경기둔화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하면서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중국이 위안화의 달러 환율 변동폭을 현행 2%에서 3%로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약세 압력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개인 고객들이다. 위안화 예금은 환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3%대 금리를 받더라도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6월 말 위안화 매매기준율이 179.84원에서 24일 기준 188.13원으로 한 달 새 10원가량 올랐다”며 “환차익을 거둔 고객들이 하반기 위안화 약세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돈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