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롯데 형제의 난’인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재계가 당황해하고 있다. 이번 롯데 사태로 반(反)기업 정서가 불거지며 재계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과 경제단체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 주목하면서도 국내 반응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내수 활성화를 위해 투자와 고용 확대에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반기업 정서가 불며 이같은 노력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싸움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이들 회장의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까지 경영권 분쟁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이 마치 막장 드라마 속 오너일가의 다툼처럼 비쳐 기업인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광복절 무렵을 겨냥해 검토되고 있는 기업인 특별사면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계가 경기활성화와 고용확대 등을 위해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국민 정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면이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메르스 사태 이후 국내 휴가 권장,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해 왔는데, 이같은 경기 부흥 노력이 자칫 희석되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번 롯데 사태로 모든 경영인과 오너일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생길 수 있다는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특히 가업승계 때마다 국민들이 경영능력 등은 보지도 않고 색안경을 끼고 사안을 바라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에 대한 전반적인 매도는 부당하다"면서 "롯데 사례를 감정적인 반기업 정서로 연결짓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