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그 여느 때보다 활기찬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건설한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인 ‘신월성원전 2호기’가 첫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월성본부에는 국내 최초 중수로 원전으로 1983년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를 비롯한 중소로 원전인 월성 2~4호기와 지난 11일 발전을 재개한 신월성 1호기, 이날 상업운전에 들어간 신월성 2호기까지 모두 6기의 원전이 있다. 70m에 이르는 6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돔은 국내 30여년 원전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국내 마지막 OPR1000 원전인 신월성 2호기 본격 가동…전력생산 이상 無 = 사전 출입신청과 지문등록 등을 마치고 신월성 2호기가 있는 제3발전소에 들어섰다. 원전 모형 앞에서 간단한 개요 설명을 들은 후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원전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주제어실(MCR : Main Control Room)이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이곳의 원전 조종사들은 수백개 계기판을 통해 발전소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신월성 1·2호기에는 한수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모두 58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발전소 운전을 담당하는 직원은 한 호기당 30명 정도다.
원자로에 연료가 주입되고 본격 상업가동이 시작된 원전은 ‘멈춤’이란 없다. 주제어실 5명, 현장 5명이 한 조를 이뤄 총 6조(30명)가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 조종사들은 주제어실 안에서 식사까지 해결할 정도로 한순간도 방심할 틈이 없다.
주제어실은 철저한 보안구역으로 방탄유리로 이뤄져 있으며 키카드를 찍고 별도의 패스워드까지 입력해야 들어갈 수 있다. 원전가동에 전파가 방해되지 않도록 직원들은 무전기나 휴대폰 대신 불편하지만 곳곳의 연락용 유선전화를 이용한다. 보안과 안전성을 높이려고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신월성 2호기가 처음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간 이날 주제어실 정중앙 계기판에 뜬 빨간색의 숫자는 ‘99.4’. 현재 출력 99.4%로 운전 중이라는 뜻으로, 이때 순간출력으로 생산하는 전력량은 105만kW다. 이는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전력량의 13%, 100만여 가구가 실시간으로 쓸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고 한수원 측은 설명했다.
국내 24번째 원전인 신월성 2호기는 국내에서 12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건설되는 100만kW급 개선형 한국표준형 원전이다. 지난해 11월 운영 허가를 받아 연료를 장전한 이후 단계별 출력 상승 시험과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성능시험 등 8개월간의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사용 전 검사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아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 개시를 신고함으로써 이날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2005년 10월 공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신월성 1·2호기의 시운전발전을 총괄하고 있는 채경식 팀장은 “신월성 2호기는 시운전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정지되지 않았을 정도로 안전성과 운영기술 능력을 인정받았다”면서 “애초 31일 가동할 계획이었는데 예정보다 일주일이나 앞서 상업운전이 개시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사용후 연료 저장시설도 갖춰…20년치 보관 가능 = 주제어실에 이어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고압터빈 1기와 저압터빈 3기, 그리고 발전기가 있는 거대한 터빈실이었다. 이곳에서는 고온의 증기가 발전기에 연결된 터빈 날개를 분당 1800바퀴를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신월성 2호기가 100% 가까운 출력으로 정상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3개의 저압터빈과 1개의 고압터빈도 육중한 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생산된 2만2000볼트의 전기는 건물 바깥 변압기에서 34만5000볼트로 전환돼 산업용, 가정용 등으로 공급된다.
또다시 몇 개의 안전문을 지나 사용후 연료 저장조를 찾았다. 아직 사용후 연료가 반입되지 않아 붕산을 녹인 투명한 물만 저장조에 가득했다. 저장조는 깊이 12m, 가로 10m, 세로 8.5m 크기로 들어가는 물의 양만 1000톤에 달한다.
이곳에는 1년 6개월에 한 번씩 다가오는 계획 예방정비 때마다 약 60다발의 사용후 연료가 들어와 20년 동안 보관될 예정이다. 내년 6월 첫 계획 예방정비 때 처음으로 사용후 연료봉의 저장이 시작된다. 월성본부는 국내 4곳의 원전본부 가운데 유일하게 중수로와 경수로 원전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사용후 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건식저장시설이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가동 원전은 모두 24기(고리 6기, 한빛 6기, 월성 6기, 한울 6기)로 늘었다. 원전 발전설비 용량은 2만1716MW로 증가해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9만6681MW)의 약 22.5%를 점유하게 됐다. 신월성 2호기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79억kWh로, 앞으로 안정적 전력 수급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총 사업비 5조3100억원이 투입된 신월성 1·2호기 건설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연인원 약 600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과 지역 지원사업 등을 통해 7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