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성공했는데"…삼성물산·제일모직 주가 급락 이유는

입력 2015-07-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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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세를 뚫고 합병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양사 주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보다 3.38% 내린 6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물산 주가는 장중 한때 5만9천6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물산 주가가 6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5월 26일 합병 발표 이후 처음이다.

제일모직도 전 거래일보다 2.23% 하락한 17만5천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앞서 합병안이 통과된 17일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각각 10.39%, 7.73% 하락 마감했다.

이로써 양사 주가는 합병안 발표일인 5월26일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근 2거래일 연속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각각 1천401억원어치, 44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도 두 종목을 각각 723억원어치, 58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종목은 이틀 연속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1∼2위 자리를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정점에서 신수종 사업을 기반으로 양호한 성장을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합병 성사로 경영권 분쟁 재료가 소멸함에 따라 단기 차익을 노렸던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주가 흐름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합병 절차가 완료되고 나면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법인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 높은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행할 것이고 기존 사업은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주주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 주가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기관 투자가를 중심으로 이번 합병 무산에 베팅했던 투자가들의 '실망 매물' 출현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합병 발표 시점보다 주가가 올랐던 상황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시장에 나왔을 수 있고, 합병에 반대한 쪽에서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거쳐 합병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주가 약세가 이어지면 주식매수청구권 이슈가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합병 계약서에 따르면 양사를 합쳐 1조5천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삼성물산 5만7천234원, 제일모직 15만6천493원이다. 투자자들로서는 만일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준가 이하로 내려가면 청구권을 행사, 투자금을 회수하는 편이 낫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7월17일∼8월6일이다.

다만 지난 2일∼16일 사이에 합병에 반대한다는 뜻을 사전에 따로 통보한 주주만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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