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푸에르토리코 공공금융공사는 다음 달 1일이 만기인 9400만 달러(약 1078억원)의 채무를 이행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에르토리코는 현재 72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안고 있어 부채상환유예(모라토리엄)에 내몰린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6일 푸에르토리코의 부채 상환 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푸에르토리코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S&P의 브랜던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성명을 통해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푸에르토리코 정부개발은행(GDB)의 디폴트가 확실(virtual certainty)하다는 분석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푸에르토리코는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로 회생 기회를 얻게 된 그리스보다 더 위험한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푸에르토리코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배경에는 스스로 파산을 밝힌 푸에르토리코 주지사의 안이한 태도와 이를 나몰라라 하는 미국 주정부 사이의 불협화음 때문이다.
최근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푸에르토리코는 72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선언해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미국 의회 쪽에선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젭 부시 등 2016년 미국 대선 주자들은 푸에르토리코를 파산보호 ‘챕터9’의 대상으로 두는 법률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지만, 공화당 다수의 의원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 상원재정위원회의 호세 나달 파워 의원은 “GDB가 재정위원회에 자금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정당성, 요구의 배경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16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푸에르토리코 정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지방채 시장 전체에 미치는 리스크는 판단 중이지만 아직 파급 징후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푸에르토리코 사태는) 미 의회가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며, 연준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