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실 동남아대양주팀 전문연구원은 16일 ‘최근 한국의 대(對)베트남 수출 증가 배경 분석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對베트남 수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해 일본을 제치고 중국(홍콩 포함),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對중국 수출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對일본 수출은 전년 대비 18.5% 감소해 약 14년 만에 3위 수출대상국 자리를 내줬다.
이는 전략적인 對베트남 투자로 인해 형성된 생산네트워크가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략적 투자로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것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다른 신흥국과의 경제협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이 연구원은 밝혔다.
한국의 對베트남 직접투자 또한 2005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해 2007년 약 28억 달러로 최대 규모를 달성한 후 지난 2012년에는 3년 연속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국별 해외직접투자 실적을 보면 베트남은 중국(홍콩 포함), 미국에 이어 한국의 3위 투자 대상국으로 중극을 제외할 경우 상위 5위 이내 유일한 신흥국으로 기록된다.
보고서는 또한 한국의 對베트남 직접투자는 1992년 한ㆍ베트남 수교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의류와 섬유 등 노동집약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주로 자본과 기술 집약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한국의 對베트남 직접투자 규모가 위축됐으나, 삼성전자는 이 시기에 베트남을 전략적인 스마트폰 생산국으로 채택해 대규모 투자를 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투자는 약 50억 달러 규모이나 각종 계열사와 협력사의 투자액까지 합한 투자규모는 약 100억 달러 수준일 것으로 추산됐다. LG전자도 베트남 하이퐁 지역을 중심으로 자사 해외생산기지 중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와 백색가전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한국과 베트남의 전기ㆍ전자 분야 생산네트워크 확대는 양국간 투자와 교역 증가 뿐 아니라 베트남의 산업고도화를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도 담당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은 2014년 매출 약 266억 달러, 베트남 전체 GDP의 약 14%를 차지하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휴대전화는 수출액이 236억 달러 규모를 기록해 최대 수출품목으로 부상했다. 이는 베트남 수출 총액의 약 16%를 차지하는 규모다.
보고서는 한국의 對베트남 수출에서 원자재와 소비재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자본재 비중이 크게 증가했는데, 최근 한국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베트남 현지의 생산설비 수요 증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5월 한ㆍ베트남 FTA가 정식 서명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를 한층 확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됐다”면서 “하반기에는 한ㆍ베트남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예상돼 FTA 발효와 이행위원회를 통한 각종 경제협력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