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계열사 엠넷미디어(코스닥상장)과 CJ뮤직(비상장)이 합병한다. 그룹의 온·오프라인 음악콘텐츠 사업을 하나로 통합시켜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엠넷미디어와 CJ뮤직의 합병이 CJ그룹 후계작업의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아들이 개인대주주로 있는 CJ미디어가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관장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CJ미디어, 핵심사업 넘기고 엠넷미디어 지분 늘려
엠넷미디어의 CJ뮤직 흡수합병이 완료되면, 엠넷미디어의 대주주인 CJ(주)와 CJ미디어의 지분율은 기존 20.40%, 6.44% 에서 33.25%, 15.07%로 높아진다. 엠넷미디어는 지난해 7월 CJ(주)와 CJ미디어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한 콘텐츠업체다.
이번 합병은 엠넷미디어 1주당 CJ뮤직 0.9주 비율로 주식교환하는 방식. 이에따라 기존 CJ뮤직 대주주였던 CJ(주)와 CJ미디어가 합병신주를 받아 엠넷미디어 지분율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CJ미디어가 엠넷미디어 지분을 높인 과정이다. CJ미디어는 지난해 9월 핵심사업부인 Mnet를 양도(현물출자)하면서 CJ뮤직 지분 35.1%를 확보했다.
CJ그룹의 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계열사인 CJ미디어는 음악채널 'Mnet'를 비롯 영화채널 'XTM' '채널CGV' 오락채널 'tvn' 등을 다양한 케이블TV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Mnet는 연매출 300억원 규모로 음악관련 방송사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CJ미디어의 핵심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였다. 결국 CJ미디어는 핵심사업부를 넘기고 CJ뮤직 주식을 취득한 뒤, 흡수합병을 통해 상장사인 엠넷미디어의 지분을 늘린 것이다.
▲CJ미디어, 지주회사 변신 후 상장 전망
Mnet 이 빠지면서 CJ미디어의 규모는 상당한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이처럼 CJ미디어가 핵심사업부를 매각하면서까지 엠넷미디어의 지분을 늘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관련 증권가에서는 CJ미디어가 향후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요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신한 후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J미디어는 Mnet 지분 취득 이전에도 CJ파워캐스트(70.1%), CJ사운드(74.9%), CJ엔지씨코리아(67%), 월드이스포츠게임즈(44.4%), 챔프비전(50%)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최찬석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는 "CJ미디어가 아직 상장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비교업체인 온미디어 대비 평가절하도 우려돼, 결국 주요계열사의 지분만 보유한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신해 엠넷미디어 등 자회사들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CJ미디어 지주사 변신은 후계승계 작업
CJ미디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씨(6.11%) 딸 이경후(2.42%) 등 자녀들이 주요주주로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지주사 변신과 상장 가능성은 후계구도 작업과 연결된다.
이선호씨는 지분 50.17%를 가진 CJ(주)를 제외할 경우, 개인 1대주주. 선호씨는 지난해 초 CJ미디어 실시한 유상증자 실권주를 74억원에 인수해 지분을 취득했다. 특히 당시 선호씨의 CJ미디어 지분 취득은 그룹계열사 중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후계승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CJ그룹의 후계구도와 밀접한 CJ미디어가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을 관장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신한 후 상장을 추진할 경우, 선호씨는 상장사의 주주가 되는 동시에 그룹의 엔터테인먼트계열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비상장회사였던 글로비스에 출자한 후, 이 회사가 상장하자 주식평가액이 급증한 동시에 계열사 지배기반을 강화한 것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