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재기를 꿈꿨던 박 회장은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의 명의로 주식을 매입하고도 세금 수십억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결국 1990년대보다 더 큰 위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이끌게 됐다.
박 회장은 1973년 스웨터 생산ㆍ수출을 하는 ㈜신원통상을 창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업계에 발을 들였다. 1980년대부터는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1988년에는 기업공개(IPO)를 했고, 1990년 사명을 신원통상에서 신원으로 바꿨다.
신원이 사세를 키운 것은 사명을 신원으로 바꾼 뒤부터다. 수입 여성복 브랜드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이 시기에 박 회장은 여성복 베스띠벨리와 씨, 비키, 남성복 지이크 등의 브랜드를 선보이며 신원을 중견기업으로 끌어올렸다. 1990년대 후반에는 20여개 국내외 계열사에서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재계 30위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친 직후인 1998년 박성철 회장과 신원은 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피하지 못했다. 전기회사와 골프장 등을 거느리며 고속으로 회사를 불려왔지만 그만큼의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초 주력 계열사인 신원과 신원제이엠씨, 신원유통 등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신원은 골프장과 전기 부문 등을 매각하는 한편 구조조정으로 절반 이상의 직원을 퇴직시켰다. 이 때 박 회장은 신원의 보유 지분을 모두 포기해 채권단이 전문경영진을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배제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 신원은 2003년 워크아웃을 5년 만에 조기 졸업한 뒤 2000년대 후반부터 재도약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계속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9년에는 해외브랜드 사업을 위해 신원글로벌을 설립하고 2011년에는 여성복 브랜드 이사베이를 새로 론칭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13년 9월 24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토털 라이프 스타일 전문 기업 도약’이라는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신원은 기존 패션부문과 수출을 확대하고 신규사업으로 식음료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회장이 세운 목표는 2015년까지 패션 브랜드 사업에서 1조원(국내 패션 사업 5000억원, 중국 패션 사업 5000억원) 해외 수출 부문에서 6000억원을 달성해 총 매출 1조 6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또 2016년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 식음료 시장에 진출한 후 국내 식음료 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 위한 그의 발걸음은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에도 이어졌다. 신원은 지난 6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강소성 난징에 위치한 난징진잉백화점 본점에서 중국 대형 백화점ㆍ부동산 기업인 진잉그룹(골든이글 인터내셔널)과 양사간 사업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원은 이번 계약 체결을 통해 한국과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지이크와 지이크 파렌하이트 남성복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규 남성복 브랜드를 중국 현지에 론칭함으로써 중국 남성복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총수리스크를 겪을 것을 우려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박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 격인 ㈜신원의 워크아웃 이후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가족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고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탈루 세액은 종합ㆍ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합쳐 30여억원이다. 2008년과 2011년에는 개인파산과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재산이 없는 것처럼 법원을 속이고 개인 빚 250여억원을 탕감받은 혐의도 있다.
◇박성철 회장은…
△1940년 전남 신안 출생 △목포중ㆍ고 졸업 △1998년 한양대 행정학과 졸업 △1987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료 △1997년 전남대 명예경제학 박사 △산업경제신문 기자 △1973년 신원 설립 △1987년 금탑산업 훈장 △1998~2004년 8ㆍ9대 섬유산업연합회 회장 △2013년 명품창출부문 대통령상 수상 △현재 신원 회장(명품창출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