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일본의 스마트폰 시장 지배를 넘어서 전자강국을 자처하는 일본의 두뇌까지 삼키려 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과거 한때 일본 엔지니어들이 대거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제는 애플로 그 대상이 바뀌었다.
요코하마 시 교외의 파나소닉 공장 부지가 바로 애플이 일본 전자 분야 기술자들을 끌어들이는 성지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이곳은 현재 “착공 예정 2017년 9월 중순, 완료 예정 2017년 3월 말, 건설주 애플재팬합동회사”라고 적힌 표지판이 걸려 있다. 바로 애플 일본법인이 진행 중인 요코하마연구소 건설예정지다. 완공 후에는 애플의 미국 이외 최대 연구ㆍ개발(R&D) 거점이 된다.
한 전자부품 대기업에 근무하던 중견 엔지니어 A씨는 요코하마연구소 설립 계획을 듣고 애플로의 이직을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을 바꾼 애플의 그 솜씨를 시험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다. 애플에서의 주된 업무는 앞으로 몇 년 후를 이끌 기술 발굴이다. 매우 매력적인 일이지만 다른 동료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도 판단 재료 중의 하나였다. 그는 “‘별 3개짜리 회사(삼성)’에 들어가는 것보다 애플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며 “이 회사는 애플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으로 이직했던 기술자 중에서도 “가족이 일본에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애플에 입사를 지원한 사람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애플이 요코하마연구소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3월이다. 한 디스플레이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엔지니어인 B씨는 “일본 전자회사는 폐쇄적인 느낌이 든다”며 “애플 연구소는 매력적인 신천지”라고 관심을 보였다.
애플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이며 일본 업체들보다 월등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창출한 ‘혁신기업’ 이미지도 남아있다. 여러모로 인재 쟁탈전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한 오디오장비 제조업체 채용담당자는 “애플은 아날로그 반도체나 센서 관련 엔지니어를 가장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성을 결정하는 배터리 가동시간은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의 좋고 나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지 센서 등의 분야는 일본이 선도하고 있다.
애플은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뛰어난 인재를 무제한으로 공급받을 수 있지만 기초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소의 부재를 우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잡스가 1996년 경영위기 와중에 애플에 복귀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양한 품목의 축소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한 애플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디자인 부문 능력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시간과 돈이 말이 들어가는 기초 연구는 허술하다”며 “본사는 눈 앞의 성장에만 매달려 너무 단기적인 기술 개발만 추구한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거래처와 부품업체, 인수 대상으로부터 신기술의 씨앗을 구해왔지만 이마저도 고갈되고 있다”고 요코하마연구소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애플과 중국 샤오미 모두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 일본계 기업 간부는 “애플과 샤오미가 사용하는 기술은 과거 1년 정도 격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3개월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로봇과 무인자동차 등 첨단 분야 기술 경쟁에 있어서도 일본은 유리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이미 애플은 일본의 기술력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 일본 법인에는 샤프와 르네사스 등 현지 부품업체와 일본 지원 동향을 은밀히 모니터링하는 특명을 띤 전문팀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소니는 현재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CMOS 이미지 센서’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실은 후발 주자다. 애플이 “비싸도 상관 없다. 가장 좋은 이미지 센서를 내어달라”며 소니에 아이폰4S용 센서를 대량 주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