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8년 만에 40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유가로 인해 공공지출이 커져 재정에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수혈하기로 한 것이다.
파하드 알무바락 사우디 중앙은행 총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정부의 차입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 지출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채권발행을 통해 재정 적자를 충당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올해 사우디의 재정 적자 규모가 약 1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지난 2007년부터 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쌓아놓은 외화보유고에 의지했다. 임금지급은 물론 사우디의 주도 하에 이뤄졌던 예맨 공습에 투입된 자금을 모두 외환보유고에서 감당한 것. 그러나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8월 7370억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고는 650억 달러로 10배 이상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3일로 늦춰진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가 해제, 원유시장에서 사우디가 입을 타결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존 스파키아나키스 펀드매니저는 “사우디의 재정지출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선으로 상승해야 하는데, 올해 유가는 평균 배럴당 58달러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사우디가 지금처럼 사업을 진행한다면 외환보유고는 2018년 말과 2019년 초에 고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