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재정사업은 36개 부처에서 381개가 추진됐다. 규모만도 1조507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집행된 돈은 1조2108억원으로, 집행률은 80.3%에 그쳤다. 특히 신규 재정사업 중 11개 부처 43개 사업은 집행실적이 0%를 기록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고 타낸 864억원을 한 푼도 쓰지 못한 것이다. 이는 전체 신규 재정사업 수의 11.3%에 해당된다.
정부가 이처럼 예산을 편성하고도 집행조차 못 한 것은 사업추진 과정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경우 국도건설사업 등에서 타당성 재조사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지 못해 공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한 사업이 태반이었다. 예산 타내는 데만 급급했던 대표적 사례다.
일부는 재정소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예산이 과다, 또는 과소 편성됨으로써 이용·전용을 유발하고 타 사업에 활용될 수 있었던 예산이 사용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재부의 ‘일시차입금 이자상환’사업은 세입추계 예측을 잘못해 당초 예산은 6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815억원을 사용했다.
반면 통일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운영’ 사업은 운영비 지원을 예비비를 과다 편성해 예산현액 26억원 중 64.9%인 17억원만 집행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도마에 올라 온 유사중복 사업에 따른 예산낭비는 신규 재정사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행정자치부의 ‘소통갈등관리 통합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과정개발’ 사업과 ‘갈등관리 허브 콘텐츠 개발’ 사업 등은 국무조정실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갈등관리‘ 사업과 목적이나 내용면에서 차별성이 없어 사실상 중복사업이다.
해양수산부는 기존의 ‘인터넷수산시장’ 사업과 ‘온라인도매시장 운영’ 사업의 판매 실적이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전자직거래 활성화’사업을 통해 기존 사이트와 유사한 사이트를 개설해 예산을 낭비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신규 재정사업의 경우 미리 예산을 타내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불분명해질 수 있어 무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재정건전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충분한 검토를 통해 불요불급한 사업을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