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생명줄이 닷새 연장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긴급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오는 9일까지 그리스 정부로부터 개혁안과 구제금융 요청을 받을 것이며, 12일 유럽연합(EU) 28개국 정상들이 이 제안을 바탕으로 그리스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역시 “(그리스와) 합의가 결렬되면 그리스 재정은 파탄나고, 은행 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라며 “협상 최종 데드라인은 12일이며, 앞으로 5일 남았다”고 못 박았다.
이로써 당장 이달 20일까지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 유로(약 4조3500억원)를 갚지 못하면 파국의 수렁에 빠질 위기에 놓인 그리스에 다시 5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가 부채 16억 유로(약 1조9800억원)를 갚지 못하자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이날 그리스는 유로그룹 회의와 유로존 정상회의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신임 재무장관이 유로그룹 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요청서만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8일까지 새로운 제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유로그룹 및 유로존 정상회의는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상호간 협상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된 셈이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그리스가 새로운 제안서를 제출하면 전화회의를 열고 그리스의 제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경제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국제채권단과의 협상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치프라스 총리도 “제대로된 제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국제채권단의 요청을 수용해 “구체적 재정개혁안 담은 새로운 구제금융 지원책을 EU에 제출할 것”이라며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를 재차 밝히기도 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8일 유럽의회에도 직접 나설 계획이다.
한편, 그리스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을 우려해 은행 영업중단 기한을 8일까지 연장했다. 그리스 은행 카드 소지자가 현금인출기에서 인출할 수 있는 일일 한도는 60유로로 유지하고 해외 송금도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