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가 54년 만에 국교 회복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양국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오전 11시, 한국 시간으로 2일 오전 0시에 국교 회복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동서 냉전의 유물이었던 미국과 쿠바가 마침내 갈등을 해소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쿠바 외교부에 따르면 국교 회복, 대사관 재개설과 관련한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친서가 국교 회복 발표와 동시에 각각 양국 외교당국에 정식으로 건네진다.
이날 발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큰 정치적 승리라고 WSJ는 풀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권에 도전한 이후 줄곧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해왔으며 2기 외교정책의 핵심 이슈로 삼았다.
양국은 지난해 말 1961년부터 반세기에 걸쳐 단절됐던 국교를 정상화한다고 깜짝 선언한 지 6개월 만에 대사관 재개설에 합의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7월 중 쿠바 수도 아바나를 방문해 현지 미국 대사관 개설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사관을 재개설할 때는 적어도 15일 전에 정부가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지난 4월 파나마에서 오바마와 카스트로가 전격적으로 회담하는 등 양국은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국교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쿠바 테러지원국 지정을 33년 만에 해제했다.
국교가 회복되더라도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경제 제재가 일부 완화했지만 지난 50여 년간 쿠바 경제를 짓눌렀던 금수조치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쿠바 금수조치를 해제하려만 오바마 대통령의 직권이 아니라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의회 내에서 인권 상황이 열악한 쿠바 공산주의 정권과의 국교 회복에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쿠바는 또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 반환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자국에 민주주의를 선전하는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를 원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주재 미국 대사로 누구를 지명할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쿠바 주재 미국 이익대표부 대표가 당분간 임시 대사 역할을 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