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해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에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한 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1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등기이사 7인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등기이사 7인에 대한 신청은 모두 각하하고 삼성물산에 대한 신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것으로, 산정기준 주가가 부정행위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닌 이상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 경영진이 주주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즉 제일모직과 그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다만 엘리엇이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관계인 KCC에 매각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에 대해서는 이달 17일 전까지 이에 대한 결정을 낼 예정이다. 심문기일에 재판장이 두 신청 결론을 가급적 같이 내려고 했으나, 당사자들이 의결권 행사 부분을 더 늦춰도 된다는 의사를 밝혀 좀 더 신중한 판단을 위해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앞서 지난달 9일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어 삼성물산이 7월 주주총회 표 대결에 대비해 의결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KCC에 자사주를 처분하자 이를 금지하는 가처분도 곧바로 제기했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주된 문제로 들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간 합병비율 산정 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투자회사 지분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이며 엘리엇은 이를 5배가량 올린 1대 1.6 수준으로 요구했다. 또 합병의 목적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합병비율을 비롯해 이번 합병이 시장참여자들의 객관적 평가가 반영된 주가를 기본으로 한 것인 만큼 불공정하지 않다는 뜻을 고수했다. 아울러 합병의 목적이 오너의 지배권 승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계에 다다른 삼성물산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한 근거로 삼성물산 단독 성장의 한계 및 수익성 하락을 들었다. 애널리스트들이 2014~2017년 삼성물산 매출이 연간 0.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 하지만 제일모직과의 합병 시 제일모직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패션, 식음, 건설, 레저)에 힘입어 2014~2017년 매출이 연간 1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법원이 이번 결정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해 △비율이 불공정하지 않고 △주가를 바탕으로 합병비율을 정한 것이 부당하지 않으며 △합병목적 역시 삼성 총수 일가나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함에 따라, 재계는 향후 있을 소송전과 우호지분 확보에 삼성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엘리엇은 해외투자자와 국민연금, 국내 소액 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로 합병비율 문제 제기의 명분을 잃게 됐다.
한편, 삼성물산은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견해를 밝혔다.
삼성물산 측은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며 “이번 합병이 기업과 주주에게 모두 이로우며 모든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원활하게 합병을 마무리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