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면 음식 속 콜레스테롤 보다 탄수화물과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김상현 서울대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30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관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지방만큼이나 혈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상현 교수는 “미국 식사지침자문위원회(DGAC)가 올 봄에 발표한 권고안을 한국인에 적용하면 음식을 통한 지방ㆍ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줄이더라도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이상지혈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혈관 건강을 유지하려면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고, 불포화 지방의 섭취를 늘리란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식품 속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은 완전 별개라는 의견도 나왔다. 패널로 나선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식품 속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은 단위부터 다르다”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주로 올리는 것은 식품 내 포화지방이며, 식품 속 콜레스테롤과는 관련이 적다”고 지적했다. 식품 속 콜레스테롤이 혈관 건강에 특별히 해롭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DGAC가 ‘식품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과 맥을 같이 한다. DGAC는 하루 300㎎ 이하의 콜레스테롤 섭취를 권고한 5년 전 자신들의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특히 우리 몸의 총 콜레스테롤 생성량은 식품 속 콜레스테롤의 섭취량과 체내 합성량의 합으로, 건강한 성인의 하루 총 콜레스테롤 생성량은 1000㎎ 정도다. 문현경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식품 속 콜레스테롤의 40∼60%가 체내 흡수되며, 식품 속 콜레스테롤은 체내 총 콜레스테롤의 20∼25%를 차지한다”며 “나머지 75∼80%는 간(肝)에서 합성된다”고 설명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사실상 체내(간) 합성량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식품 속 콜레스테롤을 500㎎ 섭취하면 체내에서 더 이상 콜레스테롤이 합성되지 않거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귀정 농촌진흥청 가공이용과 연구관은 “혈관 건강을 바란다면 식품 속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식용유 사용을 줄이는 등 요리법을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으로 계란 요리를 하거나 ‘공기 순환(에어 프라잉)’ 방식의 조리도구를 이용해 튀김음식을 만들거나 고기를 굽기보다 샤브샤브 등 데치거나 찌는 조리법을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콜레스테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식품이 계란의 경우, 한 개만 먹어도 하루 콜레스테롤 목표량인 300㎎에 근접하게 된다. 그러나 계란에는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 함량이 높아 다른 동물성 지방에 비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섭취한 만큼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계란을 하루 1개 정도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혜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안전정책과 연구관은 “2010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평균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남성 308㎎, 여성 225㎎”이라며 “국내에서 콜레스테롤의 하루 300㎎ 이하 섭취 권고를 올해 당장 철회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DGAC의 권고안인 ‘콜레스테롤 경고 철회’을 어떻게 수용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은 “식약처는 다양하고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국내 콜레스테롤 하루 섭취 목표량인 300㎎의 유지ㆍ변경 여부를 신속하게 정하고, 콜레스테롤이 다량 함유된 식품의 섭취법ㆍ적당 섭취량 등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