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을 이끌고 있는 윤주화ㆍ김봉영 사장과 삼성물산의 김신 사장이 합병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주주 설득에 나섰다. 이들 최고경영자(CEO)가 한 자리에 모여 기관투자가들과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삼성물산과의 합병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 등장한 이들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사뭇 진지한 표정에 비장함 마저 느껴졌다.
이날 IR는 윤 사장의 프리젠테이션으로 시작했다. 윤 사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9월 1일자로 합병하기로 결의한다고 발표한 후 국내외 IR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이번 자리는 합병 시너지와 주주친화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제일모직은 배당 상향,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CSR 위원회 신설 등 합병법인의 주주친화 의지를 표명했다.
윤 사장은 “제일모직은 합병법인에 대해 30% 수준의 배당성향을 지향하고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기회와 사업성과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독립운영 강화를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도 신설, 이사회와 주주 간 소통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윤 사장은 “외부 전문가와 사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CSR 전담조직을 구성해 글로벌 기업의 주주·시장·사회에 기여한 사례를 연구, 회사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일모직은 합병법인의 비전을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터(Global Business Partner & Lifestyle Innovator)’로 설정, 건설·상사 부문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지속 성장, 패션과 식음·레저 부문의 글로벌 리더십 및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해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이 갑작스럽게 IR를 개최한 배경은 미국계 벌처펀드인 엘리엇의 공격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26일 삼성물산과의 합병발표 이후 갑작스런 엘리엇의 공격에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확보해 주주행동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만큼 불필요한 여론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일모직의 윤 사장과 김 사장은 주요 주주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삼성물산과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와 주주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치훈 건설 부문 사장도 다음달 1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후 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주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이번 합병 이슈와 관련한 그동안의 경과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