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관계가 가뭄을 맞은 논바닥처럼 갈라져 버렸다.
두 사람은 10년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와 초선 출신 대표 비서실장으로 시작해 2007년 대선까지도 끈끈한 연을 이어 왔고, 유 의원은 대표적 ‘원조친박’ ‘박근혜맨’으로 통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 당 경선 패배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위원장 체제’부터는 유 의원의 박 대통령을 향한 공개 비판이 공공연히 나오기도 했다. 올 2월부터는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로서 복지론,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여부 등 사사건건 의견을 달리해 갈등이 고조됐다.
유 의원은 2005년 당시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박근혜 대표를 잘 보필해 당이 화합해 국민이 바라는 변화를 꼭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 “단점이 별로 없으신 분”이라며 “비서실장으로 모시면서 저렇게까지 민주적으로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사이가 갈라지기 시작한 2012년부터 유 의원의 발언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그는 2012년 7월 박 대통령의 불통논란이 불거지자 “한계랄까, 그런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오랜 기간 숨을 고르던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의 뉴욕 유엔총회 방문 기간 발언자료로 사전에 배포됐다 취소한 내용을 비판하며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어린아이 의미의 사투리)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비판해 주목받았다.
올해 1월 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앞두고는 “박 대통령은 집권 2년 동안 정책과 인사, 소통 모두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유 의원의 증세론을 겨냥해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면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4월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발언해 또 한 번 심기를 건드렸다. 결국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배신의 정치는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반드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곧바로 유 의원은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사과했지만 박 대통령의 마음을 돌이키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