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천대 기업의 평균 연령이 28.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자가 말한 30세인 이립(而立)에는 조금 못 미치는 나이다.
단일 연도별로는 올해 15세로 지학(志學)에 해당하는 회사가 가장 많다. 지난 2000년 세워진 회사가 139개사(7.0%)로 최다였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국내 2천대 기업 회사 설립 연도 분석현황'에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9일 밝혔다.
국내 2천대 기업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14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상장·비상장사 매출 기준으로 분류됐다.
금융 및 특수목적 회사 등은 매출 순위에서 제외했다. 각 회사 설립 연도는 해당기업이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내용을 기준으로 조사됐다.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90∼1999년 세워진 회사가 535개사(2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0∼2009년 문을 연 곳이 455개사(22.8%)였다.
1970년대 창업한 회사는 315개사(15.8%)였고, 1980년대 태생 회사는 296개사(14.8%)로 조사됐다.
1945년 해방 이전에 세워진 기업도 21곳이나 됐다. 제약 기업이 특히 많았다.
삼성제약(1929년), 유한양행(1936년), 일동제약(1941년), JW중외제약(1945년) 등이 해방 이전에 설립됐다. 모두 고희(古稀)를 넘은 장수기업이다.
90년이 넘는 1910년대생 회사도 성창기업지주(1916년), KR모터스(1917년), 경방(1919년) 등 세 곳이다.
조사 대상 2천대 기업 중 최초로 세워진 국내 회사는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이다. 이 회사의 공식 설립기념일은 1897년 9월 25일이다. 올해로 118년이 된 최장수 기업이다.
2천대 기업 연령을 업종별로 구분해보면 섬유업의 평균 연령이 51.5세로 높았다. 경방을 비롯해 일신방직, 대한방직, 부산방직 등 60년 넘게 이어져 온 산업역군들이 건재해있다. 식품업과 건설업도 각각 36.5세, 36.3세였다. 국민의 의식주(衣食住)를 맡는 업종 기업들이 대체로 역사가 길다.
이어 제약(33.5세), 자동차(32.3세), 화학(30.1세), 도소매(29.5세), 금속(29.3세) 순이다.
2천대 기업 중 가장 많이 분포된 전자업종의 평균 연령은 21.8세로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국내 산업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자업의 최고 형님뻘은 SK하이닉스다. 지난 1949년 국도건설로 시작됐다가 현대전자산업으로 상호가 변경된 후 여러 번 부침(浮沈)을 거쳐 현재 SK그룹에 안착됐다.
단일 설립 연도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회사가 세워진 해는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난 2000년으로 139개사가 그해에 출항했다.
이어 1999년에 110개사가 태어났고 1997년·2000년(68개), 1998년(67개), 2002년(56개), 1973년(54개), 1995년(53개), 1996년(51개) 순이다.
오일선 소장은 이에 대해 "한국 경제사에 힘들었던 IMF 외환위기 시기인 지난 1998년에서 2001년 사이에 국내 2천대 기업 중 가장 많은 회사들이 세워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무너지면서 대기업 등에 있던 우수 인재들이 벤처붐에 편승해 IT 관련기업을 다수 창업한 사례와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기업가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제 1998∼2001년 세워진 회사들의 업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전자 및 정보통신 기업이 각각 101개, 68개나 됐다. 반면 제약업(19개), 화학업(17개), 유통업(15개) 등은 20개 미만에 그쳤다.
조사 대상 2천대 기업 중 매출 상위 1% 안에 드는 20개 대기업의 평균 연령은 37.6세였고, 이중 1944년 설립된 기아자동차의 기업 역사가 가장 길었다.
매출 1위 기업 삼성전자[005930]는 1969년 설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