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의 병원 이용률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불황으로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 데 이어 메르스 바이러스가 국내를 덮치면서 병원 이용객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25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확진자 발생 의료기관은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총 16곳, 확진자가 경유한 의료기관은 총 71곳이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병원과 의원들은 외래환자 감소, 예약 취소 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국내 ‘빅 5 병원’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여파로 부분 폐쇄함에 따라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로 했던 환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옮기거나 병원은 이용하지 않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곳이 아닌 병원도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에 외래 환자의 수가 급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평소 외래환자와 문병 온 사람들로 붐비던 서울대병원 본관과 암병동 로비 등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제외하고는 이용자가 거의 없을 정도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평일 기준 일일 8000명 선이던 외래환자가 이달 들어서는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명단에 오른 병원뿐 아니라 이름이 비슷한 병원들마저도 피해를 받았다. 대전 소재 을지대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서울 노원구 소재 을지병원의 외래 환자 수도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을지병원에 따르면 메르스 발병 이전과 비교하면 외래환자가 25% 정도 줄었다.
반면 국민의 병원 이용이 눈에 띄게 줄면서 건강보험 재정 흑자 폭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 적립금은 이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5월부터 6월 현재까지 추계되는 2분기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건강보험 공당 관계자들은 이 적립금 규모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3월말 현재 누적적립금은 13조8780억원을 넘어섰다.
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불경기로 인해 가계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를 하지 않는 추세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의료비 지출도 마찬가지다”며 “게다가 메르스 사태로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아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누적수지는 지난 2011년 1조5600억원을 기록 처음 1조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12년 4조5757억원 △2013년 8조2203억원 △2014년 12조8072억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