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자존심 다 꺾은 명품…‘노세일’ 접고 반값 떨이까지 왜?

입력 2015-06-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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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체 “시즌오프일 뿐” 변명…할인폭 전년 대비 최고 두 배 이상

콧대 높기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 3월 715만원짜리 클래식 점보를 600만원에 내놨다. 약 15% 인하된 가격이었다. 세일 정보를 입수한 사람들로 당시 백화점 매장은 북새통을 이뤘고, 세일 이전에 해당 제품을 구매한 명품족들은 115만원을 허공에 날려 버렸다. 교환·환불 요구가 빗발쳐 일부 매장은 아예 전화연결조차 안됐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사진=구찌 홈페이지 캡처)
5월 29일 ‘구찌’가 올 봄과 여름 상품 일부를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최대 50% 깎아 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년 진행하는 시즌오프 행사라고 구찌측은 밝혔지만 아웃렛에서나 볼 수 있는 반값 할인은 이례적이었다. 작년에 20~30% 할인을 내걸었을 때와 할인 폭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샤넬과 구찌에서 시작된 할인 행진은 다른 해외 명품 브랜드로 번졌다.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던 업체까지도 세일에 동참했고, 일부에선 ‘두 개 사면 10% 할인 더’ 같은 문구까지 내걸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패션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는 사상 처음으로 400여가지 제품을 품목에 따라 30% 할인해 26일부터 판매한다. 2000년 국내에서 장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할인행사에 나선다. 스와로브스키는 멤버쉽 고객들에게는 8월 중 방문만 해도 선물을 주는 이벤트까지 내걸었다.

버버리도 반값 할인에 동참했다. 지난해 40% 최고할인폭을 10% 더 높인 것이다. 펜디도 30~40%까지 할인해주겠다는 표지판을 내걸었고, 심지어 코치는 ‘2개 상품 구매시 10% 추가 할인’이라고 써 붙여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최대 50% 할인해 판매하는데 두 개 사면 10% 더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해외명품 브랜드들은 이번 할인을 매년 진행하는 ‘시즌오프’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명품 업체들의 할인폭 확대는 실적 부진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해외명품대전(사진제공=롯데백화점)
반값 세일을 내건 구찌코리아의 경우 지난 2011년 매출 2960억원을 기록했으나 2012년 2558억원, 2013년에는 2425억원에 그치는 등 실적 그래프가 우하향 중이다. 중국에서도 1996년 진출 이후 한국과 비슷한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소속 펜디코리아의 작년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2007년 이후 7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명품업체들의 고전은 국내 백화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2014년 명품 의류·잡화 매출은 전년 보다 6.3~9.0% 늘었지만 증가율은 크게 둔화된 상태다.

명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 명품의 경우 할인폭을 높게 잡지 않으면 요즘은 소비자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거나 빠른 재고 정리를 필요로하는 업체 중심으로 할인폭이 높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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