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펀드의 공습] 신장섭 교수 “엘리엇 공격, 반재벌 정서 아닌 이성으로 판단해야”

입력 2015-06-22 08:36 수정 2015-06-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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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특별 인터뷰

(뉴시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 교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를 제기한 벌처펀드 엘리엇의 공습에 대해 “반재벌 정서가 아닌 차가운 이성으로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22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엘리엇이 합병 반대 이유로 내세운 주주이익 훼손에 대한 허구성과 벌처펀드의 본질에 대해 이성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엘리엇이 합병 반대 이유로 ‘주주 이익을 상하게 했다’, ‘불법적’이라는 말까지 했는데 이 부분은 해도 해도 너무 심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내려갔다면 주주이익에 침해됐겠지만 오히려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주주이익이 좋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여타의 조건 변화없이 합병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주가가 15%나 올라 이익을 낸 것도 대단한 건데, 더 많이 벌지 못한 것을 억울해하는 엘리엇과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지나치다는 것.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 측의 삼성물산 주가 관리 설에 대해서는 “삼성물산이 주가를 일부러 낮췄다면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며 “다양한 주주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주가를 조작할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엘리엇이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자산 저평가를 문제로 제기했는데, 이것이 정말 문제라면 삼성물산에 투자했던 기존 투자자들을 다 바보로 여기는 것과 같다”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산에는 우량 자산도 있지만 건설 부문 등의 부실 자산도 있고 모든것이 종합적으로 주가에 반영된 것인데, 엘리엇은 우량 자산만 보고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합병비율과 관련된 엘리엇의 주장은 오히려 삼성에 국내법을 어기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자본시장법은 합병비율 산정에 기업들의 재량 여지가 없도록 합병결정 한 달 전, 일주일 전, 전일종가 3가지를 합산해 평균하게 돼 있는데, 이 법에 따라 비율을 산정한 것이 불공정해 합병비율을 높이라는 엘리엇의 주장은 삼성에 자본시장법을 어기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엘리엇이 소수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의의 사도인 듯 주장을 펼치고 있고, 여기에 삼성에 대한 반재벌 정서가 더해져 이번 분쟁 발생에 고소해하는 이들이 있다”며 “한국 경제를 봤을 때 삼성을 비롯한 재벌은 공과가 분명히 있으나, 벌처펀드에 불과한 엘리엇이 과연 한국에 대한 공과가 있는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물산 지분 10.15%를 가진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패의 키를 쥔 주요 투자자다.

신 교수는 “국민이 낸 세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수익을 내는 것과,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며 “수익을 내더라도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줬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물산 외에 여러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합병 실패 시 그룹주식에 미치는 영향도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또 한국 경제를 놓고 봤을 때 벌처펀드의 공세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 투기자본에 취약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개방도가 높은데다 지배주주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아 지배구조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회사가 잘 되도록 오래 노력한 경영주와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확보해 하루 만에 주요주주가 된 벌처펀드의 권리를 똑같이 인정하는 것도 문제”라며 “대표적인 주주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조차도 ‘황금주’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주는 보유한 주식의 수량이나 비율에 관계없이 기업의 주요한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을 말한다.

신 교수는 “그동안 주식시장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다며 개선했지만 오히려 단기 투기자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쉬운 시장, 운동장을 만들어 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정부와 기업, 국민연금 등이 그동안의 변화에 대한 잘잘못을 따져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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