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코스닥 시장 분리에 대해 주진형 대표가 이끄는 한화투자증권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코스닥 시장을 분리하기보다는 거래소의 상장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코스닥 시장을 반드시 분리시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18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다시 논의하자’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거래소는 2000년대 후반 상장 시도에서 실패한 뒤로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채 날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제시하는 코스닥 분리, 대체시장 도입, 지주회사 체제 전환 카드는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며 “현재 본부 체계와 비교할 때 경쟁유발 효과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선뜻 알기 어렵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쳐야 한다더니 이제는 분리해야 한다고 외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거래소가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우물 밖에서 힘을 키우는 해외 거래소들”이라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코스닥 시장 분리가 아닌 거래소 상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 조달과 거래소 평가, 구조조정의 용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상장하면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 상장한 거래소 중 공공성이 침해된 사례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상장을 통한 주가ㆍ분석리포트가 KRX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살펴야 한다”며 “거래소 상장 여부가 통합ㆍ연계 성사에 영향을 미침을 유추할 때 구조조정과 통합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코스닥 시장 분리를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 연구원은 “최근 논의되는 거래소 상장과 조직개편은 주주인 증권회사 권익에 영향을 주는 사안인데도, 지분도 갖고 있지 않은 주체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은 방관할 수 없다”며 “금융위원회 중심의 정부와 노조가 앞장선 거래소간 양자구도에서 벗어나 거래소 기존 주주인 증권회사가 상장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화투자증권은 거래소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주 대표가 금융당국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주 대표는 지난 2월 금융당국과 금융협회, 금융회사의 수장이 모인 금융권 대토론회에서 금융당국의 감독관행과 핀테크 육성에 대해 “금융실명제 하에서 기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핀테크 얘기를 하고 있다”며 “기초가 안 되는 상태에서 핀테크 하자고 해봤자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주 대표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경쟁력 회복 및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방향’ 토론회에서도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거래량의 문제가 아닌 자본시장에 관한 전체적인 세금 제도 틀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며 “유가증권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없는데 파생상품에만 양도소득세를 매기자고 하는 정책적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