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분리 독립’이 금융투자 업계의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단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벤처기업협회와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지원사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맞서 한국거래소는 거래소와 코스닥 통합 10년을 맞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 의견을 요약하자면, 찬성하는 쪽은 통합 이후 신규상장이 줄고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며 이를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코스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코스닥이 분리되면 ‘벤처거품’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던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찬성측, “코스닥, 벤처기업 자금회수 시장 역할해야… 어떻게든 분리 필요” = 코스닥 분리를 추진하는 측은 금융위원회와 벤처투자업계, 자본시장연구원 등이다.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코스닥 독립 법인화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꾼 뒤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을 거래소의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안 △코스닥 시장을 거래소의 자회사로 남기되 예산, 인사, 운영 등 의사결정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다.
우선 찬성 측의 공통된 주장은 거래소와의 경쟁체제 구축이다.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2부 리그’가 아닌 대등한 경쟁자가 돼야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고 국제적인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의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도 독점체제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또한 거래소에 통합된 이후 코스닥 시장의 상장요건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돼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코스닥 시장을 분리해 상장규정 운영 등의 독립성을 갖게 되면 벤처 투자의 회수 시장으로의 역할을 하게 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경쟁 도입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은 중견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코넥스시장은 규모가 작아 중견 미만 기업에 대한 시장 공백 기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측, “‘묻지마 상장’으로 버블조성… 투자자 피해 우려” = 반대하는 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코스닥시장이 ‘투기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것이다. 분리 이후 자율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면 2000년대 초반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일부 벤처기업의 횡령이나 배임 사례처럼 투기 세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의 약 80%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사이 이른바 ‘IT버블’ 시기에 상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에 따르면 1996년 코스닥시장 개설 후 현재까지 신규 상장된 기업 1731개사 중 494개사가 상장폐지됐다. 퇴출된 494개사 가운데 79.4%에 해당하는 392개사는 1996~2002년에 상장된 기업이다. 이에 따른 피해 규모가 2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나치게 느슨하게 상장을 허용한 결과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코스닥 시장을 분리할 경우 독자생존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해 약 2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분리할 경우 적자폭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량 상장기업이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코스닥 시장은 그야말로 ‘정크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코스닥 분리를 주장하고 있는 배후에 과거 IT버블 당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주역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거래소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이동기 신임 노조위원장은 “코스닥이 분리되면 기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깨지게 된다. 코스닥 분리와 거래소 지주회사제 개편은 투자자의 거래 비용과 투자위험을 증가 시킨다”며 “코스닥 분리론자들이 복원하려는 ‘묻지마 상장’은 버블을 재현하려는 탐욕이고, 그 결과는 창조경제의 붕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