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이 올들어 취득한 자기주식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출연하면서 윤도준<사진> 회장이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누리게 됐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공짜로 넘기면서 직원들과의 ‘상생’을 추구하고, 취약한 지배구조도 강화하면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이날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출연할 목적으로 자기주식 5만3500주를 주당 9280원에 장외 처분한다. 처분 예정금액은 5억원 가량이지만, 우리사주조합은 이를 공짜로 취득하게 되는 셈이다.
앞서 동화약품은 지난 1월 말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및 일부 우리사주조합 출연을 위해 32만주의 자사주를 17억9200만원에 장내서 직접 취득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사주 취득은 지난 2월 2일부터 4월 22일까지 이뤄졌고, 동화약품은 32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날 장외거래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으로의 무상 출연이 완료되면 동화약품 자사주는 기존 32만주에서 26만6500주로 줄어드는 반면, 우리사주조합의 보유 주식수는 135만2764주(지분율 4.84%)에서 140만6264주(5.03%)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현재 윤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인 5.13%(143만3085주)와 맞먹는 수준이다.
회사 측은 “국내 상장법인의 우리사주 평균 지분율이 1.25% 정도에 머무르는 것에 비해 동화약품은 우리사주의 비율이 약 5%로 높은 수치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우리사주조합이란 회사가 종업원에게 자사주식을 취득·보유하게 하는 ‘우리사주제도’를 위한 단체로, 이 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통상적으로 회사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우리사주제도는 직원을 회사의 경영과 이익 분배에 참여시켜 이들의 재산 형성 촉진 및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것으로, 우리사주를 무상으로 출연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근무의욕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보상 수단으로 여겨진다.
표면상 동화약품은 최대주주인 윤 회장의 지분이 5% 정도에 불과해 취약한 지배구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은 30%가 넘어 경영권 안정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으로 무상 출연하면서 상생 경영을 통해 약한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효과까지 거두게 된 것이다.
동화약품은 1897년에 창업한 대한민국 최장수 기업으로, 창업 이후 지금까지 직원과의 상생 경영을 강조해왔다. 1937년 취임한 5대 사장 보당 윤창식 선생은 “동화는 동화식구 전체의 것,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기업으로 이끌어라”라는 경영철학을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동화약품의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1976년 설립됐는데, 당시 이사회는 조합이 지불해야 할 공식청약금의 반을 무이자로 융자해주고 상여금에서 공제 상환하도록 하는 편의를 직원들에게 제공한 바 있다. 이번 무상 출연 역시 직원들과의 상생을 최고의 가치로 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어려운 제약환경 속에서도 회사와 동고동락한 직원들을 위해 이사회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