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차 은행원 A팀장은 최근 일고 있는 은행원들의 억대 연봉 논란에 할말이 많다. 타 직업군에 비해 적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업무 강도나 금융당국 각종 규제 때문에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A팀장은 “처음 은행에 입사했을 때만해도 대우도 좋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아 자부심이 컸다”며“지난 10여년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커치면서 업무 강도와 직원 복지 축소 등으로 직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은행원들이 높은 연봉 만큼이나 상당한 업무 강도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지점 행원들은 창구 업무가 끝난 후에도 오후 10~11시까지 야근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금전을 다루기 때문에 스트레스 압박도 상당하다. 적게는 몇백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을 매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시재금 결산이 맞지 않는 경우 인사고과의 불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어 사비를 털어 메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에도 시재금 결산을 행원 스스로 메꿨다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은행원들은 조기퇴직 부담도 크다. 과거 정년이 보장됐던 시절에는 은행원으로의 삶이 남부럽지 않았다. A팀장은 그것도 옛말이라고 했다.
A팀장은 “입행 초기만 해도 은행원을 하면 노후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열심히 해도 감원 바람이 워낙 거세 항상 위기 의식을 갖고 산다”고 토로했다.
은행원의 경우 높은 연봉과 퇴직금으로 비교적 넉넉한 노후 자금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40대 중반이후 퇴직한 경우 퇴직금이나 그동안 모았던 재산으로 살기 빠듯한 것은 여느 샐러리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에서 익힌 업무로 사실상 재취업이 힘들다는 점이 가장 위협 요소다. 때문에 은행맨들 대부분이 퇴사 후 음식점이나 소형 카페 등에 투자해 영세 상인으로의 삶을 살고 있다.
A팀장은 “주변에서 퇴직한 선배와 동료 직원들을 보면 자영업을 하는 경우 많다”며 “그러나 뜻대로 수익이 얻지 못해 사업을 접는 것을 꽤 봤다”고 말했다. 퇴직후 자기 업무에 대한 전문성에서 취약점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영업자가 되는 셈이다.
은행맨들은 주변의 시선과 함께 금융당국의 연봉 규제에 대한 불만이 크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생산성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개혁 과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A팀장은 “연봉에 야근수당이나 유류비 등도 포함돼 실질 급여부분은 바깥의 인식보다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