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주로 병원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제3의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3차 유행이 발발하는 것을 최대한 빨리 차단하는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의 장기화를 막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면 대전 을지대병원, 메디힐병원 등 3차 유행이 우려되는 병원에서 추가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3차 유행 가능성이 가장 큰 병원은 대전 을지대병원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대규모 메르스 3차 발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62세 남성(90번 환자·사망)이 이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머물며 환자와 방문객, 의료진 등 100여 명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렸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 90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간암, 당뇨, 만성폐색성폐질환 등을 치료하고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방문해 14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와 함께 있었다. 이어 자택 격리 중에 메르스 증상을 보여 충북 옥천제일의원과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한 후 지난 6일 오후 산소호흡기를 쓴 채 을지대병원 응급실로 전원됐다.
이때 이 60번 환자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이동하기 전까지 2시간 넘게 다른 환자 60여 명에게 노출됐다. 환자는 6일 오후 중환자실에 들어서서 8일 오후 중환자실 내 음압병실에 격리되기까지 40시간 넘게 중환자실 내 다른 환자 50여 명에게 또다시 노출됐다. 그러다가 이 환자는 10일 새벽 사망했다.
을지대병원에서 6일 오후부터 10일 새벽까지 이 90번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 다시 말해 이들이 추가로 감염되거나 이들을 통해 다수 시민이 3차로 메르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병원은 접촉자들을 자가 또는 병원 격리 조치한 상태다. 격리자들의 최대 잠복기(14일 기준)는 오는 24일까지다.
을지대 병원에 이어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메디힐병원도 3차 유행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98번째 환자인 58세 남성은 지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온 뒤 메르스 증상을 느끼고 2일과 3일 이틀간 동네병원(서울 강서구 황외과·김정호이비인후과)을 내원했다. 이 환자가 본격적인 메르스 증상을 보인 것은 4일이다. 이 환자는 4일 오전 메디힐병원에 입원, 사흘간 있다가 6일 오전 퇴원했지만 이 환자는 다음 날인 7일 새벽 다시 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메디힐병원은 환자의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이 환자를 별도 격리하지 않았다. 결국 이 98번 환자는 8일 오전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질 때까지 이렇다 할 보호를 받지 못했다. 그가 이 기간에 노출된 사람은 약 227명으로 추정된다. 227명의 최대 잠복기(14일 기준)는 오는 22일까지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와 접촉자 가운데 36명의 소재를 10일 오후에서야 파악해 자택 격리 조치했다. 서울시는 79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던 메디힐병원에 대해 10일부터 23일까지 봉쇄 조치하기로 했다. 봉쇄 기간에 외래 진료 등도 진행되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디힐병원에서 242명의 밀접 접촉자가 발생하는 등 추가환자 발생 확률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79명이 입원해있는 이 병원을 완전히 봉쇄해 23일까지 입·퇴원이 불가능하고 외래진료도 받을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슈퍼전파자로 지목되는 115번환자(77세ㆍ여)가 6일간(6월5일~10일까지) 입원한 창원SK병원도 유행이 발생할 수 있는 병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여성이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접촉한 의료진과 병원 환자는 549명이다.
김부미 기자 boo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