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6월 기준금리를 전달보다 0.25%포인트 낮은 연 1.50%로 인하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그해 8,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어 올 3월에는 깜짝 인하를 단행해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었다. 이 총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석달 만인 이달에도 금리인하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앞서 그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자산시장 회복, 심리 개선 등을 중점 거론하며 사실상 금리 인하 시그널을 끈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생산, 수출, 고용 등이 정부의 전방위적 경기부양책과 한은의 파격 금리인하에도 모두 부진한 양상을 지속했다.
특히 회복 조짐을 보인 소비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급격히 확산된 메르스 영향으로 해외 관광객이 입국을 취소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의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메르스가 한 달 내에 진정되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0.15%포인트, 3개월간 지속하면 0.8%포인트가 각각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경기진작뿐 아니라 메르스 복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달 금리인하라는 ‘백신’을 투약했다. 경기가 더 침몰하는 사태를 막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시장에 천명한 것이다.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출둔화 영향으로 생산·투자 회복이 다소 지체되는 상황”이라며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주길 바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 1~2차례 추가 인하를 주장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참고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평가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저성장, 저물가 기조를 끊고 경제 활력을 찾으려면 확장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9일 국무회의에서 금통위가 새겨들을 만한 입장을 내놓았다. 메르스 발생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하로 감수해야 할 부작용도 상당하다. 한국경제 ‘뇌관’인 가계빚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라는 두 개의 모터를 달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가계신용은 지난 5월 말 현재 1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이르면 오는 9월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추가 금리인하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과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