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법정 다툼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증권사 58곳과 관련한 소송 건수와 금액이 각각 444건, 1조727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이 중 77.5%에 해당하는 344건은 증권사가 피고로 법정에 서는 소송이다. 원고는 대부분 금융 소비자이며, 다른 증권사나 다른 금융사가 소를 제기한 경우도 포함됐다.
소송 건수는 2011년 318건(12월 기준), 2012년 336건(3월), 2013년 381건(3월)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소송액도 2011년 1조983억원에서 2012년 1조878억원으로 조금 줄었다가 2013년 1조1326억원으로 다시 늘어난 후 상승세가 가파르다.
증권사별로 보면 '동양그룹 사태'로 몸살을 앓은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이 모두 8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유안타증권이 제기한 소송은 6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82건은 피소된 사례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샀다가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많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38건), 대우증권(37건), 하나대투증권(30건), 신한금융투자(26건), 교보증권(25건)도 소송 건수가 많은 편이었다.
소송 금액 기준으로도 유안타증권이 585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도이치증권(1915억원), 하나대투증권(1122억원), 미래에셋증권(862억원), 메릴린치증권(751억원), 대우증권(650억원),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코리아(65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계 증권사의 평균 소송금액은 건당 86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평균 소송금액(23억원)보다 3.7배가량 많았다.
특히,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코리아와 도이치증권은 모두 피소된 경우로 소송 금액이 각각 자본금의 500.0%, 378.5% 수준이다.
소송금액 2∼3위에 이름을 올린 도이치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2010년 이른바 '옵션쇼크' 사건의 영향이 컸다.
옵션 만기일이던 2010년 11월 11일 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4000억원 가량의 외국계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코스피가 53포인트 급락했고, 하나대투증권은 760억여원의 손실을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다른 금융권보다 증권사 소송 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며 "고객과의 분쟁이 많은 회사는 소비자 피해 위험이 클 수 있으므로 거래할 때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