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매니지먼트는 9일 보도자료에서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으로 삼성은 13년 만에 다시 엘리엇과의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2002년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정관 변경에 반대해 소송을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없도록 정관 개정안을 상정했다. 정관 개정안은 주총을 통과했지만, 엘리엇은 보통주 전환 제한이 부당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4년간 지속된 이 소송은 2006년 대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면서 종결됐다.
이번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운 엘리엇의 압박이 다소 무모할 정도로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측에 주총을 통해 중간배당이 되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등 엘리엇은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황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는데도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지분 추가 취득 시점, 그리고 이후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엘리엇이 삼성과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막대한 이득을 챙기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엘리엇은 기존에 삼성물산 주식을 약 773만주(4.95%) 보유하고 있었고, 지난 3일 추가로 339만주(2.17%)를 매수했다. 지분율 5%를 넘기면서 지분 내역 공시 대상이 된 엘리엇은 이튿날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엘리엇은 준비라도 한 듯 삼성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삼성물산 측에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며 선전포고한 엘리엇은 지난 5일 국민연금, 삼성SDI, 삼성화재 등 이 회사의 주요 주주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국민연금, 삼성SDI,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물산의 지분 9.98%, 7.39%, 4.79%를 보유 중이다.
재계에는 엘리엇이 낸 가처분 신청이 장기전을 대비한 노림수라는 관측이 많다. 주총을 통해 합병이 결정된 이후에도 자국인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근거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삼성 측은 엘리엇의 의도를 주밀하게 살피면서 예견된 법적 공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