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승계 대해부] 효성, 9부 능선 넘은 승계작업… ‘형제경영’ 시대 열리나

입력 2015-06-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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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현상 형제 사업부분 나눠 지휘봉… 향후 ‘공동경영’ 위한 구조개편 가능성

효성그룹은 국내 대기업 집단 중 총수 자녀들에게 지분과 경영권 승계가 많이 진척된 대기업 집단 중 하나다. 게다가 조석래 회장이 고령이고 건강상 활발한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빠른 시일 내에 자녀들에게 모든 지분과 경영권이 승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룹 경영과 관련해 조현준 효성 사장 등 형제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등 그룹 승계 과정에서 친인척 계열분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복잡하지 않은 지분 승계 = 현재 효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는 ㈜효성이다. 조석래 회장의 지분은 조현준 사장 등 아들들이 보유한 지분을 밑돌고 있는 등 어느 정도 지분 승계가 이뤄진 상태다. 또 조석래 회장이 현재 조현준 사장 등에게 넘겨줄 지분은 효성 주식뿐으로 지분 승계과정이 복잡하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조석래 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은 10.15%(356만2947주)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7월 효성의 최대주주가 바뀐 부분이다. 조현준 사장은 꾸준히 효성 주식을 취득하면서 아버지와 최대주주 자리를 바꿨다. 게다가 최근 1년간 조현준 사장은 사비를 털어가며 효성 주식을 매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지분 승계과정에서 물납 등으로 약해 질 수 있는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함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조석래 회장은 장내 거래를 통해 지분 중 일부를 팔았다. 이를 조현준 사장 등이 매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 취득비용이 적게 드는 장내 거래를 통해 조석래 회장의 지분이 조현준 사장 등 아들들에게 승계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부 주식이 장내거래를 통해 승계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규모 물량은 주가 등의 문제로 거래가 힘들다. 이에 따라 조만간 조석래 회장의 지분에 대한 삼형제 증여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석래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현재 시가(12만원대)를 기준으로 4300억원 수준이다. 증여가 이뤄지면 삼형제가 마련해야 하는 세금만 무려 2000억원이 넘는다. 우선 조현준 사장은 예상되는 세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자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상태다. 조현준 사장은 그룹 지배구조와 별도로 효성아이티엑스와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등 상장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주식담보대출 등은 조현준 사장이 가장 먼저 꺼낼 수 있는 자금 카드다. 나머지는 연부연납 등으로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금 사정이 조현준 사장보다 비교적 열위에 있는 다른 형제들이 물납으로 세금 부분을 해결할 경우 지배력 약화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조석래 회장이 보유 지분 일부를 떼어내 우회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공익법인에 증여하는 방법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공익법인에 지분을 증여하는 경우 5%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석래 회장이 아들별로 어떤 비율로 증여할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형제간 공동 경영체제 구축하나 = 효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공동 경영체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조석래 회장은 현재 일부 기업비리 혐의로 공판 중이고 고령에다가 건강상의 문제까지 겹쳐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사실상 그룹 경영 전반은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맡고 있다. 또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효성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각 사업부분 별로 형제가 나눠서 총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형제간 공동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내외적으로 부담스러운 이슈가 진행 중인 만큼 당분간 현재의 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효성의 사업부문이 다양해 향후 형제간의 경영권 분배를 위한 분할 전담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효성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나눠 분할해 순수지주사를 설립, 그룹의 지배권과 경영권을 조현준 사장 중심체제로 다시 재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형제간의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그룹 경영에서 빠진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올해 3월부터 동륭실업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효성그룹이 형제·부자간 갈등과 송사로 3년째 시련을 겪고 있는 중심에 조현문 대표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형제간 계열분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재계 일각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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