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유동성 발생 유의, 중앙은행 통화정책 독립성 보장, 금통위원 임기 5~7년 중첩화로 위원회 구성 급격한 변화 방지 등
세계 석학들은 8~9일 이틀간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글로벌 금리 정상화와 통화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15년 한은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다양한 혜안을 제시했다. 모두 5개 세션으로 구성된 이번 컨퍼런스에는 150여명의 국내외 경제학자, 국제기구 및 중앙은행 주요 인사 등이 자리했다.
우선 향후 통화정책이 과잉 유동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기조연설을 한 윌리엄 화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위원장은 “경기침체기에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으로 대변되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시행되고 뒤이은 경기회복기에는 이에 상응하는 통화·재정 긴축이 이루어지지 않는 비대칭적 정책대응이 이루어져 왔다”며 “확장적 통화정책이 가용 정책수단 중 가장 유효한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정책효과 감소, 부작용 발생, 출구전략의 어려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금융위기 초기에는 금융시장 기능 정상화를, 이후 총수요 진작을 도모했으나, 수요 진작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 또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는 확장적 정책은 위기의 근원 해소를 위한 디레버리지(부채축소)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화이트 위원장은 “장기적 시계에서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시·거시적 정책이 요구되는데,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공급측 충격과 글로벌 금융여건의 변화에 유의하면서 과잉 유동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레나 레이 런던 비지니스 스쿨 교수도 “다수 국가들의 금융 지수들 간 동조성이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금융순환 주기가 등장했다”며 “이런 가운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레버리지 및 신용창출을 규제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도입하고 자본통제 정책은 항상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어야 하다”고 설명했다.
금통위 체계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앤드류 레빈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위원 겸 다트머스대 교수는 “(중앙은행의 지배구조)는 통화정책 결정이 단기적 시계에서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투명성과 책임성에 기반한 높은 수준의 운영상 독립성을 중앙은행에 부여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의 임기를 적어도 5∼7년의 중첩되는 기간으로 함으로써 위원회 구성이 급격히 바뀌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중요성은 여러차례 언급됐다. 필립 레인 트리니티 컬리지 더블린대 교수는 “신흥국은 장기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비중이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제자본이동의 급변에 아직 취약하므로 거시건전성 정책 체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글로벌 금리정책 정상화를 앞두고 비은행권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허 동 IMF 부국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채권에 대한 선진국 비은행부문의 투자가 크게 증대됐다”며 “이에 따라, 향후 금리정상화 과정에서 신흥국 채권가격이 하락하면 그 결과 선진국 비은행부문의 리스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비은행 부문 내의 잠재적인 위험요인을 관리·감독하기 위해서는 미시건전성과 거시건전성 수단을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고 허 부국장은 제시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선제적 안내인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시사점도 나왔다. 마르코 바세토 런던대 교수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사전 약속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일 때 유용성이 더 높다”며 “이것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사적정보를 보유하고, 그 사적정보가 중앙은행의 미래 의사결정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