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18일 만에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병원의 명단을 공개했지만, 이를 두고 ‘늑장 대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37명 확진)과 삼성서울병원(17명) 등 환자가 발생한 6개 병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또 첫 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찾았지만 의료진이나 환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의료기관 18곳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보여줬던 대응은 메르스 확산 초기부터 정치권이나 시민들이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해도 병원 실명 공개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정부가 자치단체장들의 정보 공개나 시민들의 인터넷 정보 공유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마지못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부는 이날 공개한 병원의 이름마저 틀릴 정도로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명단 공개 3시간 후 환자 경유 병원 중 하나인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의 소재지를 경기도 군포시에서 서울 성동구로 정정했던 것.
또 다른 경유 병원인 충남 보령시 소재 대천삼육오연합의원은 삼육오연합의원으로, 경기도 평택의'평택푸른병원은 평택푸른의원으로 수정하는 한편 부천의 메디홀스의원은 부천에 동일 이름 병원이 2곳 있는 것을 감안해 부천 괴안동 소재 병원으로 특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명단 공개를 결심한 이후 검증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여러 건의 실수로 국민 혼란을 초래한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해당 병원에 대해 어떤 감염 예방 조처를 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전하지 않았다. 이에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의 불안만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뿐만 아니다. '국민안전'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국민안전처는 지난 6일 메르스 예방수칙을 담은 휴대전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국내에서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7일 만이다.
메르스 초기에는 손을 놓고 있다가 혼란과 공포가 갈수록 확산되자 이제서야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뒤늦은 조급증’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재난 문자메시지를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참 빨리도 보낸다’며 뒷북 행정을 질타하는 비판이 쇄도했다. 더 한심한 것은 2G와 LTE는 자동으로 발송되고 3G와 4G는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야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지난 주말에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어떠한 내·외부 일정도 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