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준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통해 글로벌 환율전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조시 노블 FT 칼럼리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한국은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평화주의 원칙을 고수했으나 엔저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일본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펼칠 수 있어 중립적 입장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양적완화 종료 시사로 이른바 ‘긴축발작’이 일어났을 때 한국 원화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40% 폭락하고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도 동반 하락했지만 오히려 원화는 달러에 대해 소폭 올랐다.
그러나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수출업체에 타격을 주면서 한국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달러ㆍ엔 환율은 최근 125엔선을 돌파하며 12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한국은행(한은)이 금리를 내리는 등 칼을 갈 수밖에 없다고 FT는 내다봤다.
한은은 그동안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해 금리 추가 인하를 자제해왔다. 원화 절하가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자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내수가 갈수록 약해지고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무역지표마저 끔찍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은의 인내력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FT는 설명했다. 지난달 한국 수출은 약 11% 감소해 지난 2009년 여름 이후 가장 부진했다.
툭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은행(BOJ)이 자국의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우려해 추가 부양책에 나설 때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BOJ가 올해 행동에 들어갈 것이며 이에 달러ㆍ엔 환율이 140엔 대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된다면 아시아의 통화 ‘냉전’은 진짜 ‘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FT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