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 탓에 백화점과 할인마트의 실적은 뒷걸음질하는 반면 편의점은 20%에 가까운 성장율을 기록하며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까운 소매점에서 필요한 양만 구매하는 '근거리 소비' 양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수요에 초점을 맞춘 업계의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 1분기 편의점 매출 20%↑…백화점·마트 3~1%↓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올해 1분기(1~3월) 점포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늘었다고 18일 밝혔다.
1분기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 증가율이 3%에 불과했던 만큼, 매출 증가율이 거의 20%에 이른다는 것은 기존 점포들의 장사가 매우 잘 됐다는 이야기다.
편의점 점포의 매출 직접 집계는 아니지만, 편의점 브랜드 업체가 가맹점과 이익을 나눈 결과인 본사 매출 성장률도 2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본사와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본사의 1분기 매출은 각각 20.6%, 22.2% 증가했다.
주요 유통채널 가운데 백화점과 마트의 1분기 매출이 불황 속에 작년동기대비 -3~1%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편의점 실적은 단연 돋보인다.'
◇ 싱글·맞벌이 겨냥 간편식 15배↑·조각치킨 36%↑
불황 속에서도 이 처럼 편의점 업계가 독보적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1~2인 가구 증가'라는 인구 구조 변화에 가장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편의점이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포장, 간단한 조리방법에 역점을 두고 개발한 식품이 잇따라 히트하며 성장을 이끌고 있다.
밥과 반찬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스팸김치덮밥·황태해장국밥·육개장국밥 등 세븐일레븐 간편가정식 매출은 작년동기의 무려 15배까지 뛰었다.
미니스톱의 대표적 1인가구용 상품 '조각치킨'도 인기다. 싱글족이 치킨점에서 닭 한 마리를 주문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닭다리 부위만 조각 단위로 내놓은 이 상품의 매출은 올해 1분기 작년동기대비 35.6%나 증가했다.
◇ 생수·우유 등 생필품 '편의점 장보기' 늘어
그렇다고 편의점이 모든 제품의 포장 단위나 양을 획일적으로 줄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수나 우유 등 자주 소비하는 품목의 경우 반대로 대용량 제품을 개발해 마트 수준의 상품 구색을 갖추는 경우도 있다. '생필품 장보기'를 위해 마트로 향하는 1~2인 가구의 발길을 편의점으로 돌려세우기 위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세븐일레븐 전체 생수 매출에서 상대적으로 대용량인 2ℓ짜리의 비중은 올해 들어 50.3%로 지난해 평균(48.1%)보다 2.2%포인트 커졌다. 2ℓ짜리 생수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이나, 500㎖ 생수보다 더 많이 팔린 것은 처음이라는 게 세븐일레븐의 설명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2ℓ생수는 500㎖와 달리, 바로 먹기보다 집에 두고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1~2인 가구가 1주일 정도 먹기에 적당한 양의 생수나 우유 등 생필품을 마트가 아닌 편의점에서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지난 2012년 CU(씨유)가 당시 편의점업계로서는 이례적으로 선보인 1ℓ 대용량 PB 흰우유가 전체 우유시장 위축에도 불구, 해마다 20%이상씩 매출이 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CU는 최근 PB 흰우유의 용량을 1.8ℓ까지 더 키웠다.
싱글·맞벌이족의 '편의점 장보기' 수요와 맞물려 세븐일레븐에서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치약·칫솔, 샴푸·린스, 각티슈, 헤어 용품(왁스·스프레이 등)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2%, 13.7%, 23.1%, 9.6%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인구 구조 변화는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만큼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기획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다"며 "편의점에서 1~2인 가구가 최근 간편식 뿐 아니라 생활용품을 많이 찾는만큼 관련 PB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