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원자력발전의 기회와 도전

입력 2015-05-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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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해외에 나가면 국내에서 못 보던 것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업무상 해외 출장을 가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위상이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얼마 전 회사 투자 관련으로 세계 최대 투자기관인 핌코(PIMCO)와 골드만삭스 임원을 만나 세계 경제 흐름과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원전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엔 미국의 셰일가스나 중동의 석유와 같이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광대한 영토에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미국과 같은 자원부국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보유한 자원이 거의 없다.

비록 주어진 자원은 없지만 ‘머리에서 캐내는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최첨단 과학의 소산인 원자력 발전이 있다. 에너지원의 약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원자력만 한 에너지원은 없다. 우리나라는 저렴한 전기요금 덕분에 품질 좋은 상품을 값싸게 생산해 오늘날의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꾸준히 신규 원전을 건설해 왔고 안전하게 운영해 왔다. 미국만 해도 1980년대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한 경험이 없으나 쉼 없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착실하게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우리는 주어진 자원이 없어, 더 이상 경제 성장은 바랄 수도 없어.’ 이렇게 한탄하며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척박한 자원 현실로 인해 무진 애를 쓰며 갈고 닦아 온 원자력 기술을 포기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구체적 운영 계획은 원전의 운영과 신규 건설에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며 건설 투자비를 조달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데에도 힘이 된다.

그러나 우리 원전산업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원전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다.

원자력 분야의 한·중·일 공조도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동북아 3국의 원자력 비중은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빠른 속도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국가별로 원자력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3국이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용후 연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원전산업의 공통과제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원자력 발전의 미래가 있다. 얼마 전 타결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리도 제한적이나마 사용후 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칫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는 새로운 도약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원자력 발전은 여러 도전 과제 앞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슬기롭게 풀어 나간다면 국가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우리의 자손들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안겨주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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