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책금리 정상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신흥국들이 잇따라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원화가 가파르게 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통화정책 향방은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 2분기부터 가시권에 들어감에 따라,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신흥국들의 경쟁적인 통화 완화정책이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흥국들은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2개월여 만에 또다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중국 금융기관의 위안화 대출 및 예금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하향 적용된다. 호주중앙은행(RBA)도 지난 5일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다시 0.25%포인트 낮춰 2.0%로 조정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4%에서 12.5%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올해 들어서만 3번째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BNP파리바는 최근 한국을 포함해 인도, 태국 등 신흥국들이 경기부양을 취해 올해 안에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HSBC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올 2분기 중 기준금리를 또 한차례 내리고, 베트남도 향후 두차례 이상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얼마전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1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현 연 1.75%의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부양적 거시경제정책을 펼쳐온 통화·재정 정책 수장이 최근 2분기 경기흐름을 일단 더 지켜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추가 금리인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우선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절상률은 2.8%를 기록, 주요 32개국 통화중에 세 번째로 높았다. 더군다나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 현상은 심각성을 키운다. 여기에 국내의 소비와 투자, 물가 등이 대부분 마이너스 또는 지극히 부진한 수준을 보이는 것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 4일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