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8585km 건너 자리한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또다시 북동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는 ‘마라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육상 경기 마라톤의 유래는 그리스 지역 ‘마라톤’에서 시작됐다. 마라톤은 아테네의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뛰어간 전령사 ‘페이디피데스(Pheiddippides)’를 기리고자 1896년 올림픽에 채택된 육상 경기 종목이다. 페이디피데스가 뛴 거리가 현재 마라톤 주로 거리의 전신이다.
마라톤의 승리 소식을 처음 알린, 마라톤의 기원 ‘페이디피데스’와 하나은행 마라톤동호회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페이디피데스가 아테네의 승리를 전했다면, 하나은행 마라톤동호회는 달리기를 통해 통합과 화합을 알렸다.
하나은행 마라톤동호회는 지난해 10월 외환은행 마라톤동호회와 함께 제12회 국제평화마라톤 대회에 출전함으로써 두 은행의 통합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두 은행의 임직원간 인적교류와 만남이 공식적으로 형성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하나은행의 마라톤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오용진 여신기획부장은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에 올라서면 소속을 떠나 개인과 개인으로 만난다”라면서 “하나와 외환은행이 마라톤을 통해 조직을 떠나 개개인의 인간으로 만났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인적교류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고 보면 하나은행 마라톤동호회는 ‘화합’과 ‘통합’의 의미에서 특별하다. 이 동호회는 2002년 마라톤을 즐기고 좋아하는 임직원의 뜻이 모여 설립됐는데, 동호회가 설립된 당해 12월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이 합병된 추억이 묻어 있기도 하다.
70여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이 동호회는 정기모임이라 부를 만한 게 없다. 개인 운동이기 때문에 대회 출전 인원은 그때그때 들쑥날쑥하다. 회원 간 실력차가 큰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보통 봄·가을에 함께 큰 대회에 출전하고, 여유 있는 사람끼리 비정기적으로 소규모 대회에 나간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3주 전부터 주말마다 남산 순환도로에 모여 15km 거리를 한 시간 반 정도 뛴다.
정기 모임이 없다고 해서 회원 간 유대관계가 느슨한 건 아니다. 오 부장은 “마라톤 주로에 올라서기 전 같이 파이팅을 해주고, 골인 지점에 들어설 때까지 서로를 격려하면 남모를 동지애가 생긴다”라면서 “함께 손잡고 땀 흘리며 달리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열린다”라고 자랑했다.
오 부장에 따르면 마라톤은 조직 혹은 팀 간의 승부가 결정 나는 운동 경기가 아니다. 매 경기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고 버티는 승부다. 홀로 극도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그때 건네는 동료 직원의 응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오 부장은 “함께 뛴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서로 북돋아주고 응원해주며 격려와 힘을 얻는다. 마라톤동호회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마라톤동호회 회장으로서 오 부장이 갖는 바람은 소박하다. 마라톤이 하나·외환은행 통합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임직원 모두 마라톤을 통해 화합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오 부장은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취미 활동이 기반이 된 마라톤이 합병을 앞둔 외환은행과의 중심 가교가 되면 좋겠다”라면서 “통합으로 직원 수가 늘고 은행 규모가 커져 마라톤 대회의 스폰서를 맡는 날을 꿈꾼다. 그때 많은 임직원이 대회에 참여해 마라톤으로 서로 소통하고 즐기는 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