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30승(해외 교포 14승 제외) 신화 뒤에는 박세리(38ㆍ하나금융그룹)와 박인비(27ㆍKB금융그룹)라는 양대 산맥이 존재했다.
흥미로운 건 두 선수 사이의 미묘한 평행이론이다. 박세리는 LPGA투어 통산 25승으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승리를 챙겼다. ‘세리키즈’ 박인비는 13승으로 박세리의 대기록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두 선수의 우승을 합산하면 38승으로 전체 130승의 29.2%를 차지한다.
특히 메이저 대회에 강해서 각각 5승씩을 기록 중이다. 지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첫 우승컵을 안은 박세리는 이후에도 브리시티 여자오픈(2001)과 LPGA 챔피언십(1998ㆍ2002ㆍ2006)에서 각각 정상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박인비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은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1998년) 10년 뒤인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나왔다. 2013년에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그리고 US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메이저 대회 통산 5승을 완성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도전도 닮았다. 박세리는 ANA 인스퍼레이션(구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나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반면 박인비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이나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를 경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룩하게 된다.
두 선수의 장점은 돌부처를 연상케 하는 마인드컨트롤이다. 연장전 불패가 그것을 입증한다. 특히 박세리는 통산 6번의 연장 승부를 전부 승리로 장식할 만큼 강철 같은 멘탈 테크닉을 지녔다. 박인비는 많은 버디를 잡기보다 어려운 홀을 파로 막는 능력이 탁월해 상대방이 스스로 무너지게 한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침묵의 암살자’다.
두 선수의 선전은 국내 골프산업 중흥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닮았다. 박세리는 25승을 일구는 동안 수많은 감동 드라마를 연출했다. 특히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을 골프로 하나 되게 했다. 이후 수많은 ‘세리키즈’가 탄생했는데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박인비다.
박인비는 박세리의 활약을 보며 골프선수 꿈을 키웠지만 지금은 박세리의 대기록을 하나 둘 허물어가고 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고, 한국선수는 누구도 받은 적이 없는 올해의 선수상(2013년)도 수상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명예의 전당까지 입성한다면 완벽하게 박세리를 뛰어넘는 첫 번째 ‘세리키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