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7년여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면서 우리 경제에 또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원·엔 환율이 7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가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900원대를 회복하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계-석유화학 산업 분야서 심각한 악재가 될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23일 오전 9시1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6시 뉴욕시장 대비 3.37원 오른 903.70원이다.
개장 전 원·엔 재정화율은 7년2개월 만에 900원선 밑으로 내려갔다. 오전 8시22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6시 뉴욕시장 대비 0.66원 내린 100엔당 899.67원이었다.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2월28일 889.23원(종가 기준) 이후 처음이었다.
원·엔 환율의 하락은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 유입되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 반해, 엔화는 일본 통화완화책의 영향으로 약세 국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엔화 대비 원화 강세는 국내 수출기업들에 큰 부담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올해 연평균 900원으로 떨어지면 기업들의 총수출이 작년보다 8.8%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최근 설문에서 453개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원-엔 환율은 평균 972.2원으로 조사됐다. 산업별로는 기계류와 석유화학, 선박, 그리고 대(對)일본 수출 비중이 많은 문화콘텐츠 업종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이같은 엔화 약세를 극복하려면 원-달러 환율 상승을 통해 원화 약세를 유도해야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최근 미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게다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도움이 절실한 미국은 아베노믹스는 묵인하면서 엔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이러다가는 ‘환율 하락-경상수지 악화-자본 유출’의 ‘위기 사이클’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환율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미세조정에 주력하면서 추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