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야후가 20년 만에 결별 기로에 섰다. 미국 야후는 스마트폰 대응 지연에 따른 계속되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자 일본 야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실적을 발표하고 나서 “일본 야후 주식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자문가들을 고용했다”며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야후는 지난 분기 순이익이 2100만 달러(약 22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3% 급감했다. 야후의 PC 전용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쇠퇴하고 있어 인수·합병(M&A) 등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후는 계속되는 투자자들의 압박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홀딩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표적은 우량자산인 일본 야후 주식이다.
현재 야후의 일본 야후 지분율은 약 35.5%로, 소프트뱅크(42.9%)에 이어 2대 주주다. 야후가 보유한 일본 야후 지분 가치는 약 90억 달러(약 9조7100억원)에 이른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야후와 가까운 미국 금융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별도 회사를 설립해 일본 야후 주식을 다른 회사로 옮긴 뒤 점진적으로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야후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에 보유 주식 일부 매입을 요구하면서 대부분은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일본 야후는 돈독한 사이였던 제리 양 야후 설립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의기투합해 1996년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2012년 메이어 CEO가 취임한 이후 양사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일본 야후가 야후에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는 연간 150억 엔 정도로 업계 표준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메이어 CEO는 제리 양의 퇴사 이후 사용료 재검토에 들어갔으나 아직 성사되지는 않았다.
일본 야후도 야후와의 계약으로 사업 전개가 일본으로 제한돼 있었다. 회사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PC용 검색광고 사업 침체 등으로 3월 마감한 지난 2014 회계연도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야후가 자사 주식을 매각하면 이를 계기로 일본 측도 관계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한 일본 야후 임원은 “해외에 나가게 되면 기회는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소프트뱅크에도 긍정적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가을 이후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등에 다시 투자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중국 배차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에 공동 출자하는 등 알리바바와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광고에 강점을 지닌 일본 야후가 합류하면 아시아시장에서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해 말 부채가 10조 엔을 돌파한 소프트뱅크가 부채 부담에 일본 야후 지분을 추가 매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