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살사건의 18%가 유명인 사망 후 1개월 이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들 사이에 모방자살로 이어지는 '베르테르 효과'를 시사하는 것이어서 향후 이에 초점을 맞춘 대책 마련이 필요할 전망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된 18세기 말 유럽에서 소설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급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의학적으로는 보통 유명인 자살 후 1개월 이내를 모방자살로 본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팀은 2005~2011년 사이 7년간 국내에서 자살로 사망한 9만4천845명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기간 자살 사건으로 TV와 신문에 1주일 이상 보도된 유명인은 모두 13명이었다. 그리고 이들 유명인 13명이 사망하고 나서 1개월 이내에 자살한 사람은 1만7천209명으로 전체 자살의 18.1%를 차지했다.
또 유명인 1명이 자살한 후 1개월 동안 하루 평균 자살자는 45.5명이었다. 이는 유명인 자살 전 1개월간 하루 평균 자살자가 36.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자살자가 9.4명(25.9%)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상관성은 유명인이 연예인이나 가수인 경우에 두드러졌다. 특히 자살자 중에서도 20~30대 젊은 여성은 유명인의 자살 방법까지도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유명인 사망 후 자살률이 크게 높아지는 시점에 이런 경향이 더 강했다. 수치상으로는 20~30대 여성의 모방자살 위험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1.6배나 높았다.
연구팀은 매스미디어의 유명인 자살보도가 일반인 중에서도 젊은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쳐 모방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젊은 여성이 자살 보도에 더 민감한데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더 흔하게 발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홍진 교수는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유명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언론에서 감정적이나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심각한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겪는 과정 중에 정신건강상의 문제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충동성이 증가하는 것이 자살의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일반인의 모방자살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건강의 문제가 생긴 유명인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4월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