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4월 19일 啓寵納侮(계총납모)
너무 총애하면 되레 경멸 당한다
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어제 유비무환을 뽑아 소개한 서경 열명(說命)편에는 좋은 말이 참 많다. 은(殷)의 재상 부열(傅說)이 고종에게 진언한 내용을 보자. 부열은 많은 말을 했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거나 혼란스러운 것은 다 여러 관원에게 달린 문제이니 관직을 사사로이 가까운 자에게 미치지 않게 해 능한 자가 맡게 하시고, 작위가 악덕에게 미치지 않게 어진 이를 쓰십시오”라고 인재 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유비무환을 환기시킨 다음 “총애를 열어 놓아 업신여김을 받지 말며 허물을 부끄러워하여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라”[無啓寵納侮 無恥過作非]고 했다. 사람을 지나치게 총애해 오히려 나를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과오를 저지를까 두려워하다가 진짜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충고다. 과오는 우연일 수 있지만 잘못을 저지르는 건 그렇지 않다.
이 말에서 계총납모(啓寵納侮), 총애하다가 되레 모욕을 당한다는 성어가 생겼다. 공자도 논어 양화(陽貨)편에서 “여자와 소인만은 다루기 어렵다. 가까이 해주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唯女子與小人 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고 말했다. 원래 너무 귀여워하면 기어오르기 마련이다.조선 인조-숙종 연간의 문신 송상기(宋相琦· 1657?~1723)의 ‘옥오재집’(玉吾齋集)에도 계총납모가 나온다. “전하께서 종친의 신하들을 대우하는 것을 보면 예법을 넘어서는 행동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하의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밝게 살피지 못해 마침내 총애의 실마리를 열다가 모욕을 불러들이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맑고 밝은 정치에 큰 허물이 될 뿐 아니라 몸을 보전하는 방법에도 흠이 생기게 됩니다.” 숙종에게 종친에 대한 총애정치를 지양하라고 한 박세채(朴世采·1631∼1695)를 두둔하기 위해 올린 상소의 일부다.
계총납모 이하의 대목은 대통령이 잘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