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화에서 한 번쯤을 봤을 드론 공격 장면이다. 그런데 드론 공격은 단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일은 아니다. 이건 현실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세운 전공은 거의 이 무시무시한 드론의 성과라고 부를 만하다는 분석도 많다. 2013년 10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앰네스티(AI)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년간 파키스탄에서만 드론 공격으로 3000여명을 저승으로 보내는 전과를 거뒀다고 한다. 하지만 공격 대상이 되는 국가의 주권 침해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오폭에 따른 민간인 희생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윤리적 문제 역시 불거지고 있다.
드론 공격이 지니는 문제점이 크다 보니 한국 정부는 지레 이런 위험한 물건은 탐하지 않는 게 좋다는 식으로 정리했던 거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드론과 관련된 제도란 걸 보면 그저 한숨만 토하게 하는 수준이다.
한국 드론 관련 제도에서 가장 한심한 것은 바로 12㎏ 이하 초경량 무인기만 허용한다는 점이다. 드론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날 경우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그리고 중대형 드론에 대한 불가 입장만 명확할 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는 전혀 없다.
초경량 무인기에 대한 제도마저도 유인항공기 관련 제도에서 파생된 것이다 보니 야간 비행 불가,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등 부처별로 나뉜 번거로운 안전검사 절차 등 제약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또 한가지 황당한 점은 드론 전용 주파수 대역을 지정해놓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일찍이 기존 항공기용 주파수 대역 가운데 최하단인 960~977㎒ 대역을 드론용으로 떼준 상태다.
비행지역, 고도제한 등에 대한 규제를 볼라치면 한심함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진다. 3㎞ 이상 비행 시부터 국방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원자력발전소 반경 15㎞도 비행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원전 주변이 대부분 농약 살포용 드론이 필요한 농지인데도 말이다.
한국이 이렇게 드론에 대해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는 사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규제를 화끈하게 풀고 드론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미 항공청(FAA)은 지난달 아마존, DHL 등의 택배용 드론에 대해 시속 100마일(161km)의 속도로 지상에서 400피트 안에서 시험 비행하는 것을 허용했다. 택배용 드론이 떨어져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가 격렬했지만 드론의 경제적 가치를 일단 먼저 생각한 것이다. 택배용 드론을 이용하면 트럭 등 지상 운송 수단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시간도 혁명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정부가 뒤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제도를 개선키로 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드론에서도 핵심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산업 육성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런데 업계에선 드론에 대해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보다 지레 이런저런 걱정부터 하면서 규제만 양산했던 정부가 개선하는 시늉만 하면서 규제만 가득한 뭔가를 내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그래서 드론 관련 제도 마련에 연일 노심초사하고 있을 정부 분들에게 당부 하나 드리고자 한다. 드론은 오용 우려나, 사고 위험이 있다 해도 우리가 온 힘 다해 키워내야 할 실로 대단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들은 그런 소소한 우려보다는 그 산업적 미래에 천착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