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고름을 터뜨린 주인공은 커뮤니티사이트 ‘레딧’의 최고경영자(CEO) 엘렌 파오다. 파오는 지난 2012년부터 7년 동안 근무했던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KPCB)’를 상대로 1600만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냈다. 사유는 성차별이다. 파오는 소송전에서 결국 패했지만 실리콘밸리는 현재 ‘파오 효과’로 술렁거리고 있다. 여성에게 유독 야박한 기업문화가 지탄받기 시작한 것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파오 이후로 치아 홍, 티나 후앙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각자 전(前) 직장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상대로 성차별 소송을 낸 것을 예로 들며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실리콘밸리 여성’들이 일어서고 있다고 조명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놈들의 실리콘밸리’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남성 위주의 실리콘밸리 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기업가 정신재단 ‘카우프만재단’에 따르면 현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다수 IT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원은 대부분 남자로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컴퓨터회사 내 여성 비율은 지난 1990년 34%에서 2011년 27%로 오히려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파오가 그녀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던 벤처캐피털 분야가 ‘실리콘밸리의 가장 마초적인 지역’이라고 표현했다. 뱁슨컬리지가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의 벤처캐피털에서 여성이 참여하는 비율은 1999년 10%에서 2014년 6%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실리콘밸리 내에서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여성차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그동안 계속됐지만, 폐해가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내에서 조직의 다양성을 담당하고 있는 맥신 윌리엄스는 현재 채용 과정에서 편견과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오는 2020년까지 다양성을 갖춘 대표적인 기업으로 인텔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풀어가느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