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장기 저리 유상차관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해 건설한 캄보디아 3번 국도가 인도차이나 반도의 물류 허브 국가 건설의 초석이 되고 있다. 3번 국도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과 캄보디아 최대 항구인 시하누크항을 연결하는 국도로 캄보디아 수출입 물동량 이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물류 도로다.
한국은 지난 2004년부터 3번국도 공사에 참여해 1차 캄포트~트라팡로프 33km, 2차 캄포트~프놈펜 135km를 지난해 말 완공했다.
이두환 캄보디아 31번 도로현장 현장소장은 “2008년부터 3번 도로 공사에 참여했다”며 “시아누크항과 프놈펜을 연결하는 국도는 기존 미국이 공사한 4번 국도가 있지만 현재 3번 국도가 실질적 물류 중심 도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소장은 “4번 도로가 있어 3번 도로보다 (프놈펜에서 시아누크항까지) 빨리 갈 수 있지만 유료도로인데다 4번 도로 중간에 고지대가 있어(대관령 국도 같이 길이 많이 구불구불함) 화물차 운전자들이 무료 도로인 3번 도로를 주로 이용한다”고 밝혔다.
3번 국도가 실질적 물류 중심이 되면서 3번 도로 주변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4번 국도에 있던 공장들이 3번 국도 주변으로 이동하고 있고 새로 들어서는 공장들도 3번 국도 주변으로 모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
실제 프놈펜에서 30분 거리에 떨어진 3번국도에 인접한 중국계 신발공장에서 수천명의 근로자가 퇴근하려고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우리나라 70~80년대 경제성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이 사업 외에도 3번 국도 우회도로 기능을 할 수 있는 31번·33번 국도를 건설해 3번 국도 교통 혼잡도를 줄였다. 또 시아누크항과 베트남 국경을 연결하는 117번 지방도로를 개보수해 캄보디아가 베트남과 무역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화물 수송로도 확보해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은 3번 국도를 비롯해 지금까지 캄보디아에 총 6억달러의 EDCF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 규모는 총 52개 EDCF 수원국 중 4위 규모다.
이두환 소장은 “EDCF사업 참여는 경험뿐만 아니라 실적이 반영돼 국내 업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공사 중 캄보디아 정부 예산이 부족해 도로 주변부지 보상 문제로 공사가 늦어져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특히 보상 지연 문제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어서 앞으로 있을 건설사업에도 계속 문제로 발생할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쿤분툰 캄보디아 공공사업 교통부 국장은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협력해왔고 좀 더 많은 개발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가장 적합한, 꼭 필요한 곳에 지원하고 있는데 더 많은 지원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쿤분툰 국장은 “우리 정부는 현재 해상으로 근접국 수송을 할 수 있는 국제항을 개발하려고 한다”며 “중국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한국이 이 사업에 들어와 줬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캄보디아 정부는 ‘도로 부문 중장기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유상원조의 상당 부분을 전국 도로망 재건과 개발 등 교통인프라 재건에 투입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1970년대 크메르루즈 정권의 시장경제 철폐 정책과 장기간에 걸친 내전, 인접국과의 국지전으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도로 재건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 우선순위 등을 존중해 교통·수자원·정보통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 교통부문은 전체 지원 금액의 58.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메콩강 경제권의 중심인 인도차이나 반도의 한가운데 있는데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과 인도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 이에 우리 정부도 교통인프라, 수력발전, 농촌개발 등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분야를 집중 지원함으로써 앞으로 차기 신흥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종복 한국수출입은행 프놈펜 사무소장은 “이젠 우리 정부도 EDCF 사업을 기술력이 크게 요하지 않는 도로 건설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플랜트 위주로 변화해야 한다”며 “일본은 상하수도 등 고부가가치 플랜트 사업 위주로 하고 있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곳은 현재 중국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단순히 사업 준공하는데만 그치지 말고 일본이나 중국처럼 차관 사업이 준공 후 운영·유지 보수하는 사업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놈펜(캄보디아)=신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