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말정산 보완대책과 관련해 “급여 수준 5500만 원 이하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한 것은 소득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겠다는 애초 방침과 일치한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애초에 5500만원 이하는 세금을 더 걷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기 때문에 세 부담이 늘어난 사람을 아예 없게 하겠다는 방향으로 보완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라며 “소득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면서 연봉 5500만∼1억원 구간의 세 부담이 1억원 이상 고소득자보다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 발표만 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번 연말정산 결과를 전수조사하면서 급여구간별로 결정세액 증감 여부를 자세히 분석했는데, 단순히 구간별 평균 수치만 봐서는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효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세법이 개정되면서 과세표준이 바뀐 근로소득자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2013년 세법 개정이 ‘세금 폭탄’이 됐다는 건 몇몇 시민단체와 언론이 주장한 것인데, 별다른 근거는 없다”고 했다.
세법 개정안을 보면 5500만원 이하의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녀와 관련해 공제가 깎인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반대 여론이 일어나면 지나치게 들어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세법 관련 제도 변화가 굉장히 여러 가지 있었는데, 전체를 다 조망하면서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한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이세액 조정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설명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완 대책 가운데 근로소득 세액공제와 연금 세액공제 확대는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정부의 취지는 공제 혜택을 고소득자들이 가져가는 것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연금소득공제의 경우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받는 경우가 많은데 비율을 늘릴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5500만원 이하의 소득세 부담이 줄어든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소득세는 공평과세 원칙인데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이 현격히 줄어든 것은 결국은 1500만명 근로소득자 중 면세점 이하 비중이 너무 높아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저소득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 못지 않게 고소득 근로자들의 세금부담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근로자 집단과 자영업자 집단 간의 세 부담 차이가 문제”라면서 “연말정산에 대해 근로소득자가 분노한 이유 중 하나는 근로자만 세액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현재 연말정산 조정이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간이세액표가 너무 단순해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고, 보완대책에서 간이세액의 80%, 100%, 120%를 선택하도록 한 것은 조삼모사식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