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업태는 단연 홈쇼핑이다. 공정위 과징금에다가 재승인 심사 등이 주요 이슈로 거론되지만 업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인력유출’이다.
‘공영 TV홈쇼핑(제7홈쇼핑) 설립 준비단’ 모집은 이달 27일 기준으로 주요 부문의 서류 접수가 모두 마감된 상태다. 이번 모집에는 신입과 경력을 포함해 3000~4000명의 인원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원이 지원했다는 소식에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근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사할 서류가 너무 많이 밀려들어 쇼호스트 등 일부 부문의 경우 아직 1차 합격자조차 검토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NS홈쇼핑이 개국했던 지난 2001년, 업계 빅2였던 GS홈쇼핑과 CJ오쇼핑의 인력이 대거 이동했을 때의 상황이 연상될 정도다. 이에 따라, 기존 홈쇼핑업계는 경영관리 및 지원, 영업기획, 방송제작·기술 부문 인력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업무차질이 한동안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지원 대란에 대해 제7홈쇼핑이 정년 보장과 준공무원 대우를 약속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봉이 적더라도 일단 안심하고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인식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설명이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인력 유출은 항상 다른 업체의 개국 때마다 있었지만 이번은 차원이 다르다”며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전문성은 살리면서도 안정적인 곳으로 이동하는게 좋지 않느냐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홈쇼핑을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도 제7홈쇼핑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에 불공정행위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14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기존 홈쇼핑의 한 직원은 “회사와 나 자신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는데 돌아온 건 건 약자를 괴롭힌 데 대한 손가락질”이라며 “이참에 공영 홈쇼핑으로 옮겨 나부터 추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