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시장에 대한 거품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번엔 정보기술(IT) 종목이 아닌 바이오테크 관련주가 나스닥 거품론의 중심에 놓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기술주가 아닌 바이오테크(생명공학) 관련주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최근 바이오테크주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나스닥 IT 종목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는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240%가 뛰었다. 이는 나스닥시장을 운영하는 나스닥OMX그룹의 나스닥 100기술지수가 82% 상승한 것을 웃도는 수치다.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는 지난 6개월간 27.4% 뛰었고 올 들어선 17% 상승했다. 반면 나스닥 100기술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7.3%, 1.4% 오르는데 그쳤다.
관련주의 상승으로 미국 바이오테크주의 대표적 기업인 길리드 사이언시스, 암젠 등 대형 생명공학 기업의 가치도 급등했다. 길리드 사이언시스의 시가총액은 1520억 달러(약 167조6104억원)에 달했고 암젠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270억 달러로 집계됐다. 바이오젠아이덱(1080억 달러), 셀진(990억 달러)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47%, 75% 올랐다.
BMO 프라이빗은행의 최고투자책임자(CFO)인 잭 애블린은 “만약 시장 일부가 ‘기술주가 활발한 해(go-go tech years)’로 남게 된다면 그건 바이오테크주 때문”이라며 “이는 아주 값비싼 섹터(Sector)”라고 말했다. WSJ는 생명공학 의약품을 개발하는 신생 기업들이 대형 제약회사들의 타깃이 돼 바이오테크 관련주가 급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의 호황은 신약이나 임상시험 등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증가하면서 투자자의 기대감이 커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설명했다.
그러나 WSJ는 “바이오테크 관련주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고수익 기대가 큰 만큼 위험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바이오테크 주는 1990년, 1993년, 2000년 폭락한 바 있다.
다렌 폴록 체비엇밸류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바이오테크 주가 버블영역에 진입했다”며 “투자자들이 생명공학 관련 신약품 성공률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전립선암 백신 ‘프로벤지’를 개발한 덴드리온을 예를 들며 바이오테크 주 투자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2010년 4월 FDA가 ‘프로벤지’를 승인하며 회사의 주가는 1여 년 만에 3달러에서 55달러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듬해 회사의 주가는 한 자리 수로 급락했고 지난해 11월에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회사의 부채와 백신의 판매부진이 주요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