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최고 파워 우먼이 실리콘밸리 최고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변모한다.
구글이 루스 포랏(57) 모건스탠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임 CFO로 영입했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8년 동안 모건스탠리와 함께 했던 포랏이 자신의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실리콘밸리에서 새 일을 한다”고 밝혔다. 은행은 포랏의 후임으로 조나선 프루잔(46) 금융기관 그룹 공동 대표를 임명했다.
포랏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랐으며 스탠퍼드대에서 학위를 받았다. 이후 모건스탠리에서 줄곧 투자은행가로 일해오면서 1990년대 프라이스라인닷컴과 이베이 아마존닷컴 등 굵직굵직한 IT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했다. 또 지난 5년간 모건스탠리 CFO를 맡으면서 금융위기 이후 위기에 빠진 은행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패니매,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업체와 AIG 등의 구제금융 대책과 관련해 정부에 조언하기도 했다. 2년 전 미국 재무차관에도 거론됐으나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포랏은 이달 초 사임 의사를 밝힌 파트리크 피셰트의 뒤를 이어 오는 5월 26일부터 구글 CFO에 오른다. 포랏의 이직은 월가의 인재들이 최근 수년간 실리콘밸리로 진로를 바꾸는 경향을 반영한다고 WSJ는 전했다. 신문은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와 IT 열풍을 그 이유로 꼽았다.
앤서니 노토 트위터 CFO는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다른 골드만삭스 베테랑인 사라 프라이어는 현재 스퀘어의 CFO를 맡고 있다. 스냅챗은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임란 칸을 전략 담당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랏처럼 고위직이 실리콘밸리로 이직한 것은 드문 사례라고 신문은 전했다. 포랏은 모건스탠리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제 나를 위해 변화할 시간”이라며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 속에 새 초점을 맞춰야 하는 커다란 움직임”이라고 이직 이유를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필요성에 월가 인재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BGC파트너스의 콜린 그릴스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회사가 쓰는 막대한 비용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줄 CFO가 필요하다”며 “구글은 빅 아이디어만을 좇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구글이 나가는 방향을 잘 풀어서 설명해줄 수 있으며 회사가 재무적으로 너무 엇나가지 않도록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구글의 주가는 지난 1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가 1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회사의 순이익률은 지난 2011년의 26%(모토로라모빌리트 인수 전)에서 지난해 22%로 낮아졌다.
포랏이 새 CFO로 온다는 소식에 구글 주가는 이날 2%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