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석 달 만에(나라면 하루 만에 끝낼 텐데) “신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가처분을 기각했다. 알코올 피해자가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겠지만 주류 판매 금지까지 요구할 권리는 없다는 취지였다. 1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에서 진행 중이다.
인터넷에는 비꼬고 비난하고 비아냥거리고 비판하는 댓글이 마구 마구 붙었다. ‘지들이 조절 못해 중독된 게 왜 술 탓이야?’ ‘아직 술이 덜 깼구먼’ ‘병원에 입원하세요’ ‘이해가 되는 반면에 개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뭘까?’ ‘어이없네. 소주 안 팔면 술을 끊을 것 같냐?’ ‘공부하기 힘들어요 학교 없애 주세요. 살쪄요 식당 영업중지!!’ ‘그러지 말고 우리 낮술이나 한 잔 합시다. 헐헐헐’
주정뱅이 술꾼 등 주폭(酒暴)의 횡포에 시달려온 사람들의 말도 들어볼까? 물론 이쪽은 소수다. ‘이참에 한 병에 30만원 이상으로 올려라’ ‘술 취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자는 때려 죽여도 죄를 묻지 말아야’ ‘담배는 금연 광고하는데 술 먹고 살인도 하는데 왜 술 광고 계속하나?’ ‘술로 인한 범죄 날로 증가. 소주 판매 금지하라’ 등등.
나는 그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어리둥절 어리벙벙하다 못해 어이없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아니, 소주를 팔지 말라구? 이게 무슨 개떡같은 소리인가?’가 솔직한 내 감정이었다.
이번 소송에서 주목되는 건 판매 금지가 아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 주목되는 건 방송에 주류 판매 광고와 음주 장면 상영을 금지하고 ‘알코올을 남용할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며 음주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우울증 등 정신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넣어 달라는 요구다.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러니까 2014년은 소주 탄생 90년, 아니면 60년이 되는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해였다. 그런데 소주 회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M&A 같은 거만 신경 쓰지 말고 합심협력 대동단결하여 국민을 즐겁게 해줄 방도를 찾았어야 했다. 가령 전 국민에게 소주 한 병씩 기념으로 준다든지, 성인의 날에 소주 기부를 한다든지… 재미있고 의미 있게 할 일이 얼마든지 많았을 텐데 좋은 홍보거리를 흘리고 말았다.
매일 투병생활을 지향하는 나처럼 덜 떨어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투병은 two 병(甁)을 말한다. 덜 떨어진 사람은 도수가 덜 떨어진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fusedtree@